10월11일은 비만 예방의 날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비만학회는 2010년부터 비만 예방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이 날을 제정했다. 비만은 암은 물론 뇌졸중, 심혈관질환, 수면무호흡증, 지방간, 당뇨병, 대사증후군, 다난성난포증후군, 정맥염, 고혈압, 고지혈증, 요실금, 골관절염, 통풍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다. 40세 성인은 비만하면 수명이 7년 정도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만 질환의 기준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BMI 35면 정상보다 사망률 1.8배 높아

비만은 단순히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근육이 많은 사람은 지방이 많은 사람보다 같은 체격이라도 몸무게가 많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환경마다 다른 체질량 지수(BMI·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kg/㎡)) 기준을 비만 판단의 근거로 삼는 이유다.

국내서는 BMI 23㎏/㎡ 이하를 정상체중으로 분류한다. 23~24.9㎏/㎡는 비만전단계, 25~34.9㎏/㎡는 비만이다. 35㎏/㎡이상은 고도비만으으로 치료가 필요하다. 서구권에서는 25㎏/㎡ 이하를 정상체중으로 분류한다. 근육량 차이 등을 고려한 수치다. BMI 30㎏/㎡라도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지방간, 위식도 역류, 수면무호흡증 등이 있다면 치료받아야 한다.

비만하면 합병증이 생겨 건강을 해칠 위험이 높다. BMI 35㎏/㎡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사망률이 1.8배 높아진다. BMI 40㎏/㎡인 사람은 사망 위험이 3배 정도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이유로 내년이 되면 비만 때문에 암·당뇨병·심혈관질환 등으로 죽는 사람이 전체 사망자의 73%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공중위생국은 2001년 비만을 신종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국은 비교적 비만율이 낮은 나라다. 하지만 성인 비만율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2016년 34.8%였던 국내 성인 비만인구는 2020년 39%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세 이상 남성 비만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비만은 삶의 질도 떨어뜨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소득이 18% 적다. 건강관리비용은 25% 더 많이 지출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게 중요

비만 치료의 기본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조민영 365mc 천호점 대표원장은 "다이어트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라며 "두세달 속세와 인연을 끊고 도 닦듯이 칩거해 체중을 뺀다 해도 그 방법을 평생동안 지속할 순 없다"고 했다.

체중감량에 성공하려면 습관부터 돌아봐야 한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조 원장은 "인체는 같은 체중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있어서 무리하게 체중을 빼면 그만큼 근력과 기초대사량도 떨어질 위험이 크다"며 "현재 자신의 생활패턴에서 실천 가능한 식이요법과 지속할 수 있는 운동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식사 세끼를 모두 챙겨먹되 밥을 반공기만 먹어 탄수화물을 줄이고 두부, 닭 등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하는 식단을 짜보는 것이 좋다. 택시보다는 대중교통을,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활용해 생활 속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약물의 도움을 받거나 수술 받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하예민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비만대사수술클리닉 교수는 "비만 전문의가 개인마다 상태를 평가한 뒤 특성에 맞게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당뇨 치료효과 좋은 고도비만수술

올해부터 고도비만 수술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수술을 선택하는 환자도 늘었다. 고도비만인 사람이 수술을 받으면 초과 체중의 60~80%를 뺄 수 있다. 120㎏인 사람의 정상체중이 70㎏이라면 초과체중(50㎏)의 60~80%인 30~40㎏을 수술 후 1~2년 동안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수술 받으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 사망률은 30% 정도 내려가는데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50~60%, 당뇨병 사망률 85%, 암 사망률은 46% 줄어든다. 비만 때문에 생긴 동반 질환 96% 정도가 해결되고 당뇨 환자 85%는 약물을 투여하지 않고도 정상 혈당을 유지할 수 있다.

고도비만 수술은 음식 먹는 양을 줄이거나 먹은 음식의 영양 흡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루와이 위우회술과 위소매절제술을 주로 한다. 루와이 위우회술은 위를 식도 쪽만 잘라 작게 남기고 남은 아래쪽 위와 분리한 뒤 소장과 연결하는 방법이다. 위에 저장되는 음식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영양분을 흡수하는 기관인 십이지장을 거치지 않고 음식이 바로 소장으로 내려간다. 당뇨병,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좋다. 다만 수술한 뒤 비타민 B12, 철, 칼슘 등의 대사 이상이 생길 위험이 있다. 아랫 쪽에 남은 위에 내시경 검사 등을 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가족 중 위암환자가 있다면 수술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위소매 절제술은 늘어난 위의 80%를 길게 잘라 위 용적을 줄이는 방식이다. 수술 받으면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낀다. 먹는 양이 줄기 때문에 과식과 폭식을 못하고 식욕이 많았던 사람도 정상 식욕으로 돌아갈 수 있다. 위우회술보다 수술 시간이 짧고 비교적 간단하다. 다만 자른 부위에 협착 등이 생길 위험이 있고 장기적으로 위 식도 역류질환이 심해질 위험이 있다. 이하예민 교수는 "비만정도, 동반질환, 개인의 생활습관 등을 충분히 고려해 수술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2형 당뇨로 오래 치료 받았다면 루와이 위우회술을, 위암 전단계인 위선종이 있다면 위소매절제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비만인에 대한 나쁜 시선 버려야

비만인 사람들의 치료를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도 중요하다.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보다는 관심을 끊는 것이 낫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은 비만 자체로 생기는 심리적 스트레스보다 평소 듣는 조롱, 평가, 불필요한 조언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이 때문에 우울증, 불안장애에 노출되기 쉽다. 자존감도 떨어진다. 이렇게 상처가 생기면 비만을 치료하려는 노력도 포기하게 된다.

비만인 사람에 대한 부정적 낙인은 신체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될수록 식욕이 증가하는데 이때 건강한 식단보다는 자극적이고 기름지고 달콤한 음식을 찾게 된다"며 "식욕이 늘고 체중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했다. 그는 "비만인을 바라보는 나쁜 시선이나 '건강을 생각해 해준다'는 불필요한 조언은 이들의 체중감량을 망친다"며 "가장 좋은 것은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을 거두는 것"이라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하예민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비만대사수술클리닉 교수, 조민영 365mc 천호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