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사건때 윤모씨 체모만 중금속 분석…이춘재 것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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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 체모와 혈액형·형태 비슷한 윤씨 것만 추려내
용의선상 올라있던 이춘재 혈액형ㆍ형태학적 소견차이 이유로 제외
당시 수사관들 "국과수 감정 결과 믿고 수사…고문할 필요도 없어"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유일하게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던 8차 사건의 진범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경찰이 범인으로 특정한 윤모(검거 당시 22·농기계 수리공) 씨의 체모에 대해서만 중금속 성분 등을 검사하는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이춘재(56) 씨를 포함해 수많은 용의자의 체모를 채취했으나, 혈액형과 체모 형태를 두고 용의자를 좁혀가는 과정을 거쳐 윤 씨가 범인으로 의심된다며 이같이 조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과학수사 기법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대상이 윤 씨 한사람이었다는 점, 또 이 기법이 현대 과학수사 기법으로 폭넓게 인정받고 있는 DNA 감정 등과 비교할 때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은 과거 경찰의 부실 수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 씨는 문제의 화성 8차 사건과 관련해 자백은 물론 유의미한 진술을 한 반면, 윤 씨는 30년 전 항소심부터 경찰의 모진 고문을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고 줄곧 주장해 온 터여서 사건의 진범이 뒤바뀐 것인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박모(당시 13세) 양이 성폭행 후 살해당한 이른바 '화성 8차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체모 8점이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연구원)에 체모의 성분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수많은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체모를 채취하고 대면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용의선상에 있던 윤 씨와 이 씨에 대해서도 각각 네 차례, 두 차례에 걸쳐 체모를 채취했다.
유력 용의자를 좁혀가던 경찰은 이후 국과수로부터 사건 현장 체모의 혈액형(B형)과 형태학적 소견에 대해 회신을 받아 윤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의 체모에 대해서만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을 의뢰했다.
이어 사건 현장의 체모와 윤 씨의 체모를 동일인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윤 씨를 검거, 하루 만에 자백을 받아냈다.
사건 발생 10개월여 만의 일이었다.
반면 윤 씨와 별개로 용의선상에 올라있던 이 씨의 경우에는 두 차례의 체모 채취가 이뤄졌으나, 1차 감정 결과 '혈액형은 B형, 형태적 소견 상이함', 2차 감정 결과 '혈액형 O형 반응'이라는 답변을 받아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씨의 최종적인 혈액형은 O형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범인 검거의 분수령이 된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은 수많은 용의자 중 윤 씨에 대해서만 이뤄진 셈이다.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의 경우 당시로선 거의 없던 과학수사 기법인 데다 비용도 만만찮은 탓에 다수의 용의자에 대해 실시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10대 여자아이에 대한 성폭행 살인이라는 중대한 범죄에 윤 씨 단 1명의 체모만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범인을 특정한 것은 다소 무리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씨를 수사했던 경찰관들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면담에서 "국과수 감정 결과를 믿고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대상자(윤 씨)를 불러 조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윤 씨에 대한 고문·가혹행위를 할 필요도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경찰관은 윤 씨를 검거한 공로로 포상을 받았으며, 이 중에는 윤 씨가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겁박한 경찰관이라고 지목한 '장 형사', '최 형사'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당시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아직 조사하는 단계여서 '3일 밤낮으로 조사했다', '쪼그려 뛰기 등을 시켰다'는 등 윤 씨 주장에 대해서는 답하기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씨에 대해선 처음엔 농기계 수리공장 근무자들과 함께 체모 채취를 했다"면서 "이후 2차로 윤 씨를 포함한 50여 명, 3차로 10여 명, 4차로 윤 씨에 대해 체모를 채취하는 식으로 좁혀가면서 유력한 용의자였던 그에 대해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을 의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화성연쇄살인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 씨는 그간 이뤄진 13차례의 경찰 접견과 면담에서 8차 사건을 포함해 화성 사건 모두를 자신이 저질렀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의선상 올라있던 이춘재 혈액형ㆍ형태학적 소견차이 이유로 제외
당시 수사관들 "국과수 감정 결과 믿고 수사…고문할 필요도 없어"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유일하게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던 8차 사건의 진범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경찰이 범인으로 특정한 윤모(검거 당시 22·농기계 수리공) 씨의 체모에 대해서만 중금속 성분 등을 검사하는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이춘재(56) 씨를 포함해 수많은 용의자의 체모를 채취했으나, 혈액형과 체모 형태를 두고 용의자를 좁혀가는 과정을 거쳐 윤 씨가 범인으로 의심된다며 이같이 조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과학수사 기법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대상이 윤 씨 한사람이었다는 점, 또 이 기법이 현대 과학수사 기법으로 폭넓게 인정받고 있는 DNA 감정 등과 비교할 때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은 과거 경찰의 부실 수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 씨는 문제의 화성 8차 사건과 관련해 자백은 물론 유의미한 진술을 한 반면, 윤 씨는 30년 전 항소심부터 경찰의 모진 고문을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고 줄곧 주장해 온 터여서 사건의 진범이 뒤바뀐 것인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박모(당시 13세) 양이 성폭행 후 살해당한 이른바 '화성 8차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체모 8점이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연구원)에 체모의 성분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수많은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체모를 채취하고 대면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용의선상에 있던 윤 씨와 이 씨에 대해서도 각각 네 차례, 두 차례에 걸쳐 체모를 채취했다.
유력 용의자를 좁혀가던 경찰은 이후 국과수로부터 사건 현장 체모의 혈액형(B형)과 형태학적 소견에 대해 회신을 받아 윤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의 체모에 대해서만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을 의뢰했다.
이어 사건 현장의 체모와 윤 씨의 체모를 동일인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윤 씨를 검거, 하루 만에 자백을 받아냈다.
사건 발생 10개월여 만의 일이었다.
반면 윤 씨와 별개로 용의선상에 올라있던 이 씨의 경우에는 두 차례의 체모 채취가 이뤄졌으나, 1차 감정 결과 '혈액형은 B형, 형태적 소견 상이함', 2차 감정 결과 '혈액형 O형 반응'이라는 답변을 받아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씨의 최종적인 혈액형은 O형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범인 검거의 분수령이 된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은 수많은 용의자 중 윤 씨에 대해서만 이뤄진 셈이다.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의 경우 당시로선 거의 없던 과학수사 기법인 데다 비용도 만만찮은 탓에 다수의 용의자에 대해 실시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10대 여자아이에 대한 성폭행 살인이라는 중대한 범죄에 윤 씨 단 1명의 체모만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범인을 특정한 것은 다소 무리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씨를 수사했던 경찰관들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면담에서 "국과수 감정 결과를 믿고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대상자(윤 씨)를 불러 조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윤 씨에 대한 고문·가혹행위를 할 필요도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경찰관은 윤 씨를 검거한 공로로 포상을 받았으며, 이 중에는 윤 씨가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겁박한 경찰관이라고 지목한 '장 형사', '최 형사'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당시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아직 조사하는 단계여서 '3일 밤낮으로 조사했다', '쪼그려 뛰기 등을 시켰다'는 등 윤 씨 주장에 대해서는 답하기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씨에 대해선 처음엔 농기계 수리공장 근무자들과 함께 체모 채취를 했다"면서 "이후 2차로 윤 씨를 포함한 50여 명, 3차로 10여 명, 4차로 윤 씨에 대해 체모를 채취하는 식으로 좁혀가면서 유력한 용의자였던 그에 대해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을 의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화성연쇄살인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 씨는 그간 이뤄진 13차례의 경찰 접견과 면담에서 8차 사건을 포함해 화성 사건 모두를 자신이 저질렀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