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유시민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KBS가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차장과의 인터뷰를 검찰에 유출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KBS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일선 기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부장은 보직사퇴 의사까지 밝혀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불씨 지핀 유시민의 '알릴레오', KBS-검찰 유착 의혹 제기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일 유 이사장이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를 통해 김 차장과의 인터뷰를 공개하면서부터다. 인터뷰에서 김 차장은 "지난달 KBS 법조팀과 인터뷰를 했는데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인터뷰가 검찰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터뷰에서 김 차장은 "우연히 검사 컴퓨터 화면을 보니 인터뷰 내용이 있었다"며 "'조국이 김XX 집까지 쫓아갔대. 털어봐' 이런 내용이었는데 조국이 우리 집까지 찾아왔다고 한 적이 없는데 그걸 털어보라는 게 있더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김 차장의 발언과 관련해 유 이사장은 "공영방송 법조팀장이 이 중요한 검찰 증인을 인터뷰해놓고 기사는 안 내보고 그 내용을 검찰에 실시간으로 흘리는 게 이게 도대체 가능한 일인가 싶다"며 KBS를 강하게 비판했다.

◆ KBS의 반박, 그리고 엄포 "인터뷰 유출 없다, 법적 대응"
/사진=KBS
/사진=KBS
'알릴레오' 방송 이후 논란이 증폭되자 KBS는 같은 날 "KBS는 취재원의 인터뷰 내용을 유출하지 않았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할 방침임을 밝혔다.

KBS는 "정경심 교수의 자산을 관리해줬다는 한국투자증권 PB 김경록 씨가 사모펀드 초기 투자 과정을 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취재에 나섰다"며 "9월 10일 김 씨와 직접 통화한 후 김 씨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가 동석한 가운데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씨를 설득해 KBS 인터뷰룸으로 이동한 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법조팀 기자 두 명이 1시간 정도 진행했다. 김 씨는 인터뷰 직후 서울중앙지검으로 조사를 받으러 갔다"고 보도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해당 보도가 인터뷰 다음날인 11일 9시 뉴스를 통해 보도됐음을 알리며 "'알릴레오'에서 김경록 씨와 유시민 씨는 KBS가 인터뷰를 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KBS 법조팀장이 검찰에 인터뷰 직후 그 내용을 그대로 검찰에 넘겨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며 "인터뷰 직후 김 씨의 주장 가운데 일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검찰 취재를 통해 확인한 적은 있지만 인터뷰 내용을 일부라도 문구 그대로 문의한 적이 없으며, 더구나 인터뷰 내용 전체를 어떤 형식으로도 검찰에 전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 하루만에 돌변한 KBS? 조사위원회·특별취재팀 구성

그러나 하루가 지난 9일 KBS는 관련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추가적인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돼 외부 인사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KBS 시청자위원과 언론학자 등 외부 인사들의 참여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취재, 보도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KBS는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보도를 위한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관련 취재 및 보도를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상 지난 두 달간 조 장관 의혹에 대해 취재해온 법조팀 기자들을 관련 보도에서 배제하겠다는 조치로 해석돼 논란이 가중됐다.

◆ "유시민 주장 수용이냐" KBS 기자들 반발, 사회부장 사퇴까지

이 같은 사측의 결정에 기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강한 반발이 일었다. KBS 사회부 법조팀 기자들은 내부 게시판에 인터뷰 경위 등을 설명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며 사측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법조팀을 취재에서 배제한다는 조치는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었는데 어떤 과정으로 결정된 거냐. 이는 유시민 이사장의 주장을 회사가 수용한다는 뜻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데 그런 뜻이냐"라고 반문하며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이라는 단어를, 기자의 역할을, 언론사의 책임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오염시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고 했다.

해당 인터뷰를 보도한 법조팀을 총괄하는 성재호 사회부장은 보직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 성 부장은 인터뷰 전문을 올리며 "자산관리인의 피의사실 즉, '증거인멸' 혐의를 검찰에 물은 게 아니다. 자산관리인이 말한 장관 부인의 의혹을 검찰에 물은 것"이라며 "검찰에는 당시 우리 보도가 별반 새로울 게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MB 집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MB 집사 의혹'이 아니라 'MB의 의혹'과 관련한 증언이 어느 증도 신빙성 있는지 수사 중인 검찰에 확인 시도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당시에도 그랬다"고 강조했다.

또 성 부장은 KBS와 검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유시민 이사장을 향해 "스스로 '어용 지식인'을 자처했고, 자신의 진영을 위해 싸우며 방송한다.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하는 저널리즘이라도 지켜야 할 원칙은 있다. 유 이사장에게는 오직 조 장관과 정 교수만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영 이익과 논리를 대변하는 언론이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 개인의 인생을 제물로 해선 안 된다.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시대정신을 앞세우면 그건 언제든 파시즘으로 돌변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런 '진영 언론들'과도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젠 짐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며 보직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현재 온라인 상에서는 일부 네티즌들이 해당 KBS 기자들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이들을 비난하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욕설부터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써가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KBS는 내부 기자들의 반발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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