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서울대 교수 "게임이론으로 의사결정 '쏠림' 분석…금융시장 폭락 원인도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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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茶山경제학상 수상
'합리적 선택' 전제 기존이론 안맞아
자신보다 타인의 정보 더 중시
경제주체들 비합리적 선택 잦아
'합리적 선택' 전제 기존이론 안맞아
자신보다 타인의 정보 더 중시
경제주체들 비합리적 선택 잦아
다산경제학상 수상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한국의 뛰어난 경제학자 가운데 올해 다산경제학상을 받게 돼 한편으로는 송구한 마음이 든다. 정부의 계획경제 아래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한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 세계은행 등 해외 기관 관계자와 함께 한국의 경제계획을 수립하던 경제학자들에 대한 동경심이 컸고 이것이 경제학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경제학의 수리적 엄밀함에 대한 매력도 컸다.
학부를 졸업하고 병역 의무를 이행하며 다닌 KAIST에서 경영관리학을 공부했다. 당시 배운 것들이 유학 시절 수학을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으로 3년간 근무하면서 경제계획 수립 과정에 몰두했다. 1992년에는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 사우샘프턴대에서 조교수로 경제학자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우샘프턴대에서는 경제주체들의 유인 분석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론과 이를 시장 경쟁과 금융산업에 응용하는 연구를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게임이론 연구에 매진했다. 당시 게임이론은 모든 응용경제이론의 토대를 제공하는 분야로 주목받았다. 게임이론 연구 결과를 실물경제에 적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때 집중한 주제가 쏠림현상이었다.
우리 주변에서는 합리적 사고를 한다는 개인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쏠림현상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이런 집단적 의사결정이 사후적으로 보면 매우 그릇된 행동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 경제주체들이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기존 이론에 비춰 볼 때 매우 비합리적이고 병리적인 현상이다. 이 같은 이론적 결과를 토대로 금융시장의 가격 폭락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의사결정 정보를 활용하려는 행동에 주목했다. 관찰 결과 타인의 정보를 높게 평가하는 데 비해 자신의 정보는 저평가하는 사례가 여럿 포착됐다. 이 같은 행동이 계속되면서 그릇된 쏠림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빠른 기술혁신이 시장 경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떻게 전개되는지에도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매년 새로운 고성능 컴퓨터가 시판된다면 개인들은 언제 얼마의 가격으로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선택인지를 연구했다.
이 같은 연구들은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진행했다. 게임이론은 합리적 경제주체를 전제로 설계됐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경제주체는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다. 비합리적 경제주체가 존재하는 현실을 반영한 경제학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이 쓴 <과학혁명의 구조>에 따르면 모든 과학 이론은 어느 순간 패러다임 전환을 겪는다고 한다. 패러다임 전환은 새로운 이론 체계로 이전하는 과정이 점진적인 것이 아니라 혁명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을 말한다. 현대 경제학도 이런 혁명적 변화의 전환점에 있다. 기존 경제학은 수리적 엄밀성 덕분에 다른 사회과학보다 정확하다는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경제학이 사회현상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다산경제학상을 받으면서 경제 행위를 더 엄밀하고 정확하게 연구하는 동시에 현실을 반영한 가정 체계를 활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최근 한국의 젊은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새로운 경제학 이론 체계의 개발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이들의 능력이 충분한 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도와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약력 △1957년생 △1980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1986년 미국 UCLA 경제학 석사 △1989년 미국 예일대 경영과학 석사 △1992년 UCLA 경제학 박사 △1993~2001년 영국 사우샘프턴대 경제학과 조교수, 부교수 △2001년~ 서울대 경제학부 부교수, 교수 △2010~2011년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 △2018년~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학부를 졸업하고 병역 의무를 이행하며 다닌 KAIST에서 경영관리학을 공부했다. 당시 배운 것들이 유학 시절 수학을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으로 3년간 근무하면서 경제계획 수립 과정에 몰두했다. 1992년에는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 사우샘프턴대에서 조교수로 경제학자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우샘프턴대에서는 경제주체들의 유인 분석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론과 이를 시장 경쟁과 금융산업에 응용하는 연구를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게임이론 연구에 매진했다. 당시 게임이론은 모든 응용경제이론의 토대를 제공하는 분야로 주목받았다. 게임이론 연구 결과를 실물경제에 적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때 집중한 주제가 쏠림현상이었다.
우리 주변에서는 합리적 사고를 한다는 개인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쏠림현상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이런 집단적 의사결정이 사후적으로 보면 매우 그릇된 행동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 경제주체들이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기존 이론에 비춰 볼 때 매우 비합리적이고 병리적인 현상이다. 이 같은 이론적 결과를 토대로 금융시장의 가격 폭락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의사결정 정보를 활용하려는 행동에 주목했다. 관찰 결과 타인의 정보를 높게 평가하는 데 비해 자신의 정보는 저평가하는 사례가 여럿 포착됐다. 이 같은 행동이 계속되면서 그릇된 쏠림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빠른 기술혁신이 시장 경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떻게 전개되는지에도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매년 새로운 고성능 컴퓨터가 시판된다면 개인들은 언제 얼마의 가격으로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선택인지를 연구했다.
이 같은 연구들은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진행했다. 게임이론은 합리적 경제주체를 전제로 설계됐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경제주체는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다. 비합리적 경제주체가 존재하는 현실을 반영한 경제학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이 쓴 <과학혁명의 구조>에 따르면 모든 과학 이론은 어느 순간 패러다임 전환을 겪는다고 한다. 패러다임 전환은 새로운 이론 체계로 이전하는 과정이 점진적인 것이 아니라 혁명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을 말한다. 현대 경제학도 이런 혁명적 변화의 전환점에 있다. 기존 경제학은 수리적 엄밀성 덕분에 다른 사회과학보다 정확하다는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경제학이 사회현상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다산경제학상을 받으면서 경제 행위를 더 엄밀하고 정확하게 연구하는 동시에 현실을 반영한 가정 체계를 활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최근 한국의 젊은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새로운 경제학 이론 체계의 개발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이들의 능력이 충분한 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도와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약력 △1957년생 △1980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1986년 미국 UCLA 경제학 석사 △1989년 미국 예일대 경영과학 석사 △1992년 UCLA 경제학 박사 △1993~2001년 영국 사우샘프턴대 경제학과 조교수, 부교수 △2001년~ 서울대 경제학부 부교수, 교수 △2010~2011년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 △2018년~ 한국경제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