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인수후보 3곳 확정
국내 3차원(3D) 스캐너 전문 업체인 메디트 인수전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메디트 인수전은 이미 참여가 확인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칼라일그룹에 이어 유니슨캐피탈이 가세해 글로벌 PEF 세 곳의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주주인 장민호 대표(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51·사진)와 매각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유니슨캐피탈과 KKR, 칼라일그룹을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하고 이달 하순 본입찰을 받기 위해 마지막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메디트는 장 대표가 2000년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컴퓨터지원설계(CAD) 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은 장 대표는 주력 사업을 치과용 3D 스캐너로 전환하면서 메디트를 급성장시켰다. 1주일 넘게 걸리던 치과 보형물을 구강용 3D 스캐너로 한 시간 만에 제작하는 등 혁신을 일으킨 덕분이다. 치과용 3D 스캐너 매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지난해 328억원의 매출과 1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는 상반기 6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 실적을 넘어섰다. 회사 가치는 6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매출의 70%가 유럽과 미국에서 나오기 때문에 장 대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과 자금을 지원할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최대주주 지분을 매물로 내놨다. 글로벌 PEF들이 대거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다.
세계 4대 PEF에 속하는 KKR과 칼라일은 글로벌 의료기기 투자 분야에서 가장 전문적인 운용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KKR은 2013년 파나소닉 헬스케어사업부와 미국 엔비전헬스케어를 각각 1조7000억원과 10조원에 인수했다. 칼라일은 호주 민영병원인 헬스스코프와 미국 비타민 업체 NBTY를 사들인 경험이 있다.
두 PEF 모두 치과 의료 사업에 적극적이란 점도 공통점이다. KKR과 칼라일은 치과 의료용품 구매 대행과 각종 후선 지원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형 치과 서비스 조직(DSO)을 두고 관련 회사들을 차례로 인수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KKR과 칼라일이 메디트에 관심을 갖는 것도 DSO의 이른바 ‘애드온 전략(다른 기업을 추가로 인수합병해 기존 투자 기업의 가치와 시너지를 높이는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슨캐피탈은 밀크티 브랜드 공차를 최근 3500억원에 매각하는 대박을 터뜨려 일약 ‘스타 PEF’ 반열에 올라섰다.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와 베인·맥킨지 등 컨설팅업체 출신 20여 명으로 구성된 유니슨캐피탈 한국팀은 중견기업에 투자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높은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공차의 한국 사업부인 공차코리아를 인수하고 2016년 대만 본사를 사들인 뒤 17개국에 1044개 매장을 갖춘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냈다.
유니슨캐피탈의 주요 출자자(LP)인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는 이미 미국·유럽의 치과 관련 기업에 여러 차례 투자한 경험이 있다. 유니슨캐피탈이 메디트를 인수하는 데 성공하면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각 측 관계자는 “메디트 매각 작업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 이달 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주식매매계약(SPA)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영효/이동훈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