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코리아가 지난주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이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계획을 밝혔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가 계속되고 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분할 이후 생기는 중간 지주사와 기존 지주사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주사 전환' 휠라코리아, 주가 주춤한 이유
물적분할 지주사 전환 배경은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휠라코리아는 700원(1.21%) 떨어진 5만7300원에 마감했다. 이날 KB자산운용이 휠라코리아 지분 5.15% 신규 확보 공시까지 발표했지만 외국인 매도가 계속되면서 약세로 끝났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40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2일 장 마감 후 의류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 주주총회를 거쳐 존속회사인 휠라홀딩스(상장사)는 지주회사로 전환되고 신설 회사인 휠라코리아가 비상장사로 남아 의류 관련 사업을 한다. 단순 물적 분할이어서 연결기준 사업 실체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기업 가치에도 변화가 없다.

증권가 일각에선 이번 분할로 기존 휠라코리아 최대주주인 휠라홀딩스(지분율 20.09%) 아래 분할 존속법인 중간 지주사(휠라홀딩스)가 생겨 일종의 ‘옥상옥’ 지배구조가 된 점에 주목한다. 분할 전 ‘휠라홀딩스→휠라코리아’에서 ‘휠라홀딩스(기존 대주주)→중간 지주사(존속법인)→휠라코리아(신설법인)’로 바뀌는 것이다. 휠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지분율 75.18%)이다. 한 지주사 담당 애널리스트는 “윤 회장이 경영권 강화를 위해선 휠라코리아 지분을 늘려야 하지만 시가총액이 3조원을 넘어 쉽지 않다”며 “반면 중간 지주사를 만들어 기존 지주사와 합병한다면 비교적 편히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휠라홀딩스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가치를 키워 합병에서 유리한 전략을 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회사 측은 “분할 이면의 목적은 없고 순수 지속 성장을 위한 결정”이라며 “무리한 M&A를 통한 외형 확대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당금 대폭 높여

휠라코리아는 지난 7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주주 친화적인 배당 전략을 약속했다. 올해 주당 배당금을 예년(50원)에 비해 대폭 올린 200원 수준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10%에 그쳤던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도 올해 5%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휠라홀딩스가 배당을 더 확대하고,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적 스탠스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할 후 업무 효율성이 오르면서 국내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도 소폭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휠라코리아의 예상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691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31.4%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 KB자산운용뿐 아니라 최근 국민연금도 휠라코리아 지분율을 12.67%까지 늘렸다.

하지만 계속되는 외국인 매도세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 8월께 중국 사업 합작사 파트너인 안타스포츠가 분식회계로 관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루머는 해소됐다.

당시 휠라코리아는 “안타스포츠에 확인한 결과 사실 무근이다”고 해명 공시했다. 허제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히트한 운동화 ‘디스트럽터’ 판매가 둔화되면서 상쇄할 만한 아이템이 없어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