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이 9일(현지시간) 시리아 국경을 넘었다.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 민병대를 공격하기 위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를 결정한 지 사흘 만이다. 미군은 시리아에 주둔하는 것 자체만으로 쿠르드족의 방패 역할을 해왔다. 국제사회는 방패가 사라진 만큼 터키군이 쿠르드족에 대한 대대적 학살을 벌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터키 경제를 말살하겠다”며 터키 견제에 나섰다.

터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터키 지상군은 시리아 북동부 텔아비아드와 라스알아인 지역 등 네 곳을 통해 시리아로 진입하고 있다. 터키 국방부는 이 지역을 공습한 데 이어 지상군을 유프라테스강 동쪽으로 상륙시키는 일명 ‘평화의 샘’ 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과 곡사포 공격으로 181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덧붙였다.

쿠르드족이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공습으로 최소 5명의 민간인과 3명의 전투병이 사망하고 수십 명의 민간인이 부상했다고 알렸다. SDF는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가 포함된 시리아 반군이다.

터키는 SDF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터키에서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시리아의 YPG가 연계됐다고 보고 있다. 이 지역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고 시리아 난민 수백만 명을 정착시킬 안전지대를 조성한다는 게 터키의 명분이다. 터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신을 보내 “적절하고 신중하며 책임감 있게 군사작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보리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5개국의 요청으로 이날 회의를 열었다.

터키군 진격의 빌미를 준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에서 초당적 비판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강성 매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국가(IS)로부터 미국을 지키는 데 기여한 동맹 쿠르드족을 버렸다”며 “이번 결정은 적국인 러시아와 터키, 이란을 돕고 IS 부활을 열어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터키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터키의 공격은 나쁜 생각”이라며 “터키가 민간인과 종교적 소수자를 보호하고 인도주의적 위기를 예방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르드족을 전멸시킬 것을 우려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되면 터키 경제를 말살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전쟁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큰 그림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미군 철수 결정을 옹호한 것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