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임대후 분양' 안 된다면서…근거는 다른 국토부·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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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서울시 조례에서 불가능으로 규정"
서울시 "상위법 적용…사전요건 갖추면 가능"
서울시 "상위법 적용…사전요건 갖추면 가능"
“‘임대후 분양’은 법적으로 불가능한가”
‘임대후 분양’을 하고 싶어하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많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제동을 걸면서 정비업계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 각기 다른 이유를 대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조례를 근거로 들었지만 정작 서울시는 국토부가 만든 상위 법을 거론하고 있다.
◆‘임대 후 분양’ 급제동
11일 서울시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 재건축조합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 조합이 진행한 기업형 임대사업자 입찰에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조합은 당초 일반분양분 346가구를 일단 기업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한 다음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는 4년 뒤 이를 돌려받아 다시 분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선분양을 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받아야 한다. 후분양을 하더라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확실시돼 ‘임대 후 분양’ 방식을 모색한 것이다.
공고가 나자 관련 법규를 검토한 서울시가 ‘불가’ 방침을 통보하면서 입찰하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신반포3차 조합이 검토한 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에게 일단 매각하는 방식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을 적용받는다. 이 법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주택을 임대사업자에게 우선 공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상한제가 실제 적용된 지역이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예방적인 규제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을 근거로 들었다.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정비기본계획과 관리처분계획 등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어야 한다. 하지만 신반포3차 조합은 사전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비계획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뼈대가 되는 밑그림이다. 사업 과정을 모두 나열했을 때 맨 앞의 단계다. 임대 후 분양을 하려는 조합은 정비계획부터 사후 절차인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신반포3차·경남 조합은 정비계획을 바꿔야 하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법률적 검토가 덜 돼 있었다”며 “정비계획부터 다시 수립했다면 임대후 분양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해석…누구 말이 맞나
국토부도 분양가 규제 회피를 위한 임대 후 분양 방식에 대해 ‘불가’ 방침을 내렸다. 그러나 이유는 정반대다. 국토부는 서울시 조례에서 이미 재개발·재건축의 ‘임대 후 분양’을 막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서울시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는 ‘정비사업장의 체비시설 중 공동주택은 일반에게 분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체비시설이란 조합이 재건축 등에 필요한 비용을 대기 위해 남겨뒀다가 판매하는 땅이나 건물을 말한다. 일반분양분이나 상가 등이 해당한다.
국토부는 이 조문을 근거로 들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반에게 분양한다’는 조문은 통상 ‘분양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으로 본다”면서 “정비사업 단지의 일반분양분을 ‘임대 후 분양’으로 돌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도시실장 또한 지난 8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 당시 “서울시의 경우 재개발·재건축의 일반분양분에 대해 ‘임대 후 분양’이 불가능하도록 조례에서 막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시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가 만든 상위 법에 이미 사전 절차가 규정돼 있는데 해석의 여지가 있는 시 조례를 언급해가면서 불가 방침을 밝혀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문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애매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국토부가 너무 광범위한 해석을 내린 듯하다”고 전했다.
국토부의 해석대로 서울시 조례가 임대 후 분양을 불가능하게 하는 사유라면 다른 지역 재개발·재건축에선 얼마든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되는 투기과열지구 중에서 성남 분당구나 광명 등이 해당된다. 이들 지역이 준용하는 경기도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엔 체비시설의 분양에 관한 조문이 없다. 정부가 상한제를 동(洞) 단위로 ‘핀셋 지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피하면 민특법에 따른 제약도 없다.
서울시가 국토부의 해석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만큼 은마아파트 등 초·중기 단계 정비사업 단지들도 민특법과 도정법에 맞춰 ‘임대 후 분양’을 모색해볼 수 있다. 예컨대 대치동이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은마아파트는 정비계획에 ‘임대 후 분양’ 계획을 담아 행정 절차를 밟으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한제 지정을 피한 지역에서 사전 요건을 갖춘다면 법 조문 상으로는 ‘임대 후 분양’이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청이 인허가권을 가진 사업시행계획이나 관리처분계획과 달리 정비계획은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쥐고 있다. 정비계획 변경은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구나 서초구는 정비사업 인허가에 후한 편이지만 서울시 도계위는 까다롭다”며 “단순히 분양가 인상 목적의 ‘임대 후 분양’이라면 인허가가 절대로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임대후 분양’을 하고 싶어하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많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제동을 걸면서 정비업계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 각기 다른 이유를 대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조례를 근거로 들었지만 정작 서울시는 국토부가 만든 상위 법을 거론하고 있다.
◆‘임대 후 분양’ 급제동
11일 서울시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 재건축조합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 조합이 진행한 기업형 임대사업자 입찰에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조합은 당초 일반분양분 346가구를 일단 기업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한 다음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는 4년 뒤 이를 돌려받아 다시 분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선분양을 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받아야 한다. 후분양을 하더라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확실시돼 ‘임대 후 분양’ 방식을 모색한 것이다.
공고가 나자 관련 법규를 검토한 서울시가 ‘불가’ 방침을 통보하면서 입찰하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신반포3차 조합이 검토한 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에게 일단 매각하는 방식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을 적용받는다. 이 법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주택을 임대사업자에게 우선 공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상한제가 실제 적용된 지역이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예방적인 규제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을 근거로 들었다.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정비기본계획과 관리처분계획 등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어야 한다. 하지만 신반포3차 조합은 사전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비계획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뼈대가 되는 밑그림이다. 사업 과정을 모두 나열했을 때 맨 앞의 단계다. 임대 후 분양을 하려는 조합은 정비계획부터 사후 절차인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신반포3차·경남 조합은 정비계획을 바꿔야 하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법률적 검토가 덜 돼 있었다”며 “정비계획부터 다시 수립했다면 임대후 분양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해석…누구 말이 맞나
국토부도 분양가 규제 회피를 위한 임대 후 분양 방식에 대해 ‘불가’ 방침을 내렸다. 그러나 이유는 정반대다. 국토부는 서울시 조례에서 이미 재개발·재건축의 ‘임대 후 분양’을 막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서울시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는 ‘정비사업장의 체비시설 중 공동주택은 일반에게 분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체비시설이란 조합이 재건축 등에 필요한 비용을 대기 위해 남겨뒀다가 판매하는 땅이나 건물을 말한다. 일반분양분이나 상가 등이 해당한다.
국토부는 이 조문을 근거로 들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반에게 분양한다’는 조문은 통상 ‘분양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으로 본다”면서 “정비사업 단지의 일반분양분을 ‘임대 후 분양’으로 돌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도시실장 또한 지난 8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 당시 “서울시의 경우 재개발·재건축의 일반분양분에 대해 ‘임대 후 분양’이 불가능하도록 조례에서 막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시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가 만든 상위 법에 이미 사전 절차가 규정돼 있는데 해석의 여지가 있는 시 조례를 언급해가면서 불가 방침을 밝혀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문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애매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국토부가 너무 광범위한 해석을 내린 듯하다”고 전했다.
국토부의 해석대로 서울시 조례가 임대 후 분양을 불가능하게 하는 사유라면 다른 지역 재개발·재건축에선 얼마든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되는 투기과열지구 중에서 성남 분당구나 광명 등이 해당된다. 이들 지역이 준용하는 경기도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엔 체비시설의 분양에 관한 조문이 없다. 정부가 상한제를 동(洞) 단위로 ‘핀셋 지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피하면 민특법에 따른 제약도 없다.
서울시가 국토부의 해석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만큼 은마아파트 등 초·중기 단계 정비사업 단지들도 민특법과 도정법에 맞춰 ‘임대 후 분양’을 모색해볼 수 있다. 예컨대 대치동이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은마아파트는 정비계획에 ‘임대 후 분양’ 계획을 담아 행정 절차를 밟으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한제 지정을 피한 지역에서 사전 요건을 갖춘다면 법 조문 상으로는 ‘임대 후 분양’이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청이 인허가권을 가진 사업시행계획이나 관리처분계획과 달리 정비계획은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쥐고 있다. 정비계획 변경은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구나 서초구는 정비사업 인허가에 후한 편이지만 서울시 도계위는 까다롭다”며 “단순히 분양가 인상 목적의 ‘임대 후 분양’이라면 인허가가 절대로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