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A 씨는 최근 아내에게서 합의이혼서류를 건네받았다. 늘 생글생글 웃으며 아침밥을 차려줬던 아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을 요구했다. 청천벽력같은 이혼 요구에 그는 패닉에 빠졌다.
A씨와 아내는 연애 1년 후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연애시절 아내는 매사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조금은 진지하고 차분했던 A씨는 아내의 기운을 받아 함께 웃으며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A씨 주변 사람들도 아내가 A씨를 변하게 했다며 결혼을 서두르라 했다.
결혼 후에도 A씨는 아내가 연애때와 같은 모습일 줄 알았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A씨에게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아내는 항상 문제가 생기면 대화로 풀기를 원해요. 제 입장과 생각, 감정 등을 물어보고, 아내의 입장, 생각, 감정 들을 말한 다음 서로의 중점을 찾아 말하고, 또 제 생각을 묻고 반복합니다. 싸우는 건 1~2분이지만 화해 과정은 1시간이 걸릴 때도 있었어요. 저는 그 과정이 너무 귀찮고 지치더라고요."
A씨는 3일 연속 아내와 이같은 방식으로 싸웠다고 했다. 결국 아내에게 깊은 곳에 숨겨뒀던 속내를 쏟아냈다.
"우리의 매일매일이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어. 넌 대화로 중점을 찾고자 하지만, 나는 이 모든게 너무 지친다. 솔직히 결혼 전엔 밝고 긍정적이었는데, 결혼 후에 보니 부정적인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 계속 이렇게 지낸다면 우리의 미래도 잘 모르겠어."
아내는 A씨의 이같은 말을 듣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내는 웃으며 A씨를 깨웠다. 싸우기 전과 다름 없는, 아니 그보다 더 온화한 모습이었다.
그날 이후 아내는 평소처럼 A씨를 잘 챙겼고, 작은 것 하나하나 칭찬했으며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도 항상 A씨 편을 들며 칭찬했다.
A씨도 그런 아내의 변화가 좋았다. 잔소리 하지 않고, 귀찮게 하지 않고 싸울일 없으니 너무 좋았다. A씨는 "집이 좋고, 아내가 더 좋아졌다"라며 "이게 바로 꿈꾸던 결혼생활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아내가 합의이혼서류를 작성해 A씨에게 내밀었다. A씨는 너무 몰라 "왜 그러냐"며 "우리 지금 행복하지 않냐"고 말했다.
아내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더이상 당신과 살고 싶지 않다"라며 "당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사라지는 것 같다. 껍데기만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A씨는 도대체 아내가 왜 이런 결심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아내는 계속 놓아달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의아하다. 지금 생활이 너무 좋고, 아내에 대한 사랑도 더 깊어졌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된걸까?"라고 조언을 구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A씨에 대한 비난과 아내에 대한 동정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서로 맞춰가는 노력도 귀찮다는 사람과 어떻게 살겠느냐", "당신은 세모, 아내가 네모라면 우리 둘다 동그라미가 되어보자고 아내가 제안했는데 님이 거절한 것", "본인 행복 바라듯이 아내의 행복을 바라며 놔줘라", "아내를 위해 A씨가 노력한 건 아무것도 없는 듯", "귀찮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부다워진걸까? A씨는 반성해야 함", "합의점을 찾기 위해 대화하는 것이 긴 부부생활을 위해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A씨의 경우 심리학적으로 갈등 회피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갈등이 생기면 심적으로 거북해지므로 회피하고 덮어두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다이제스트 김정미 부부상담사에 따르면 갈등은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더 큰 갈등으로 자랄 수 있기에 갈등이 발생할 경우 그때그때 직면해서 해결해야 한다.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해서 첫째, 배우자는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 부정적 감정의 표출방식을 바꿔 비난하지 않고 불만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처주기 위해 일부러 심한 말을 할 필요하 없다는 것이다.
'남편을 이기자', '아내를 이기자'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부부 관계에서 승자와 패자란 없다. 갈등의 대부분은 동일한 상황을 다르게 봤기 때문이다. 갈등은 두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서로를 심리적으로 적대시 하기 전에 싹부터 잘라버리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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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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