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 민간 상근전문위원직이 신설된다. 정부는 기금위의 전문성을 높이는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부의 입김을 차단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없는 ‘반쪽짜리’ 개혁안이란 지적이 많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운영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 운용에 대한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개편 이유를 설명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상근 전문위원직을 신설해 기금위를 상설화하고 전문성을 보강하는 것이다. 기금위는 금융·경제·자산운용·법률·연금제도 등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을 갖춘 전문가 3명을 상근 전문위원으로 임명한다. 기금위를 구성하는 사용자, 노동자, 지역가입자 단체에서 복수 후보를 추천하면 기금위 위원장이 단체별로 1명씩 임명한다. 임기는 3년(1차에 한해 연임 가능)이다. 전문위원은 기금위에 자문을 제공하고 기금위 산하 3개 전문위원회(투자정책·수탁자책임·성과평가보상) 위원장을 맡는다.

복지부는 또 현재 기금운용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3개 전문위원회의를 국민연금법 시행령으로 법제화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이번 개선안을 놓고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임시변통’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기금위 회의에서 총 20명의 기금위 위원 중 민간위원 전부(14명)를 전문 자격 요건을 갖춘 전문가로 채우는 안을 발표했지만 시민단체 등이 “기금위의 대표성을 지나치게 해친다”고 비판하자 뜻을 접었다.

복지부는 이후 1년 가까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다가 지난 9월 초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기금위 위원 중 정부 측 인사를 줄이고 민간 위원은 늘리되 민간 위원 중 일부는 전문성을 갖춘 상근위원으로 임명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마저도 포기했다.

일각에선 민간 상근전문위원은 기금운용본부의 ‘옥상옥 조직’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도 기금위는 국민연금법에 근거해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평가위원회를 두고 자문 및 보좌를 받고 있다. 상근전문위원직이 신설되면 실무평가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황정환/이상열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