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등 금융 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당국이 관련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0일 “사모펀드 시장은 최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소신이었지만 이 같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자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금융 사고는 늘 있게 마련이다.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상품에서 특히 그렇다. 그런데 다수 금융소비자가 손실을 보고 이것이 이슈화됐다고 해서 규제를 강화하는 게 옳은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금융을 제조업을 위한 ‘보조 산업’ 정도로 생각해왔다. ‘정책 금융’이 당연시되고 ‘금융기관’이라는 호칭이 익숙했던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금융 등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제조업을 능가할 정도로 산업구조가 바뀐 지 오래다.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 금융허브’를 추진했던 것은 그런 배경에서였다. 그럼에도 금융산업 수준이 “우간다보다도 못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을 ‘규제 산업’ 내지는 ‘보조 산업’으로 여기는 사고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그토록 까다롭고 복잡한 것도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DLF 사태와 ‘라임’의 환매 중단은 금융시장이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불완전판매 등의 소지가 일부 있다고 해서 무조건 ‘규제’를 앞세우는 것은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위험이 크다. 교통사고가 잦다고 무조건 외출을 금지시켜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DLF나 ‘라임’ 사태도 원인(遠因)은 규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파생상품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돼 온 것은 잘 알려진 대로다. 그 결과 세계 1위였던 파생시장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파생상품 유동성 감소와 국내 증시의 변동성 축소로 이어졌다. 주가연계증권(ELS) DLF 등 ‘고수익 고위험’ 상품들이 코스피지수 대신 홍콩H지수,독일 국채금리 등 주로 해외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쓰는 이유다. 라임자산운용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메자닌’ 상품을 주로 편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과잉 규제가 유발한 문제를 또 다른 규제로 미봉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이다. 금융산업은 외국에서도 엄격한 정부의 관리감독하에 둔다. 그렇지만 한국처럼 금융권별로 칸막이가 심하고 일만 터지면 ‘규제 강화’로 결론이 나는 나라는 없다. 영국과 미국이 금융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규제보다는 경쟁을 통해 금융경쟁력을 키워낸 결과다.

미국이 최근 ‘볼커 룰’을 다시 풀어 은행들의 자기자본 거래를 허용키로 한 것은 금융 자율성을 그만큼 중시하기 때문이다. 중국조차 금융시장 진입 규제를 대폭 풀어 금융 혁신을 이끌고 있다. 중국이 핀테크 강국이 된 것도,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기업이 생겨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불완전판매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판매과정에서 명백한 불법이 있다거나 금융시스템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규제를 앞세워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