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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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작품에서 항상 어둡거나 애절한 캐릭터만 연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코미디물에 목말라 있었죠.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장르인 만큼 관객들을 웃기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기했죠.”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두번할까요’에서 남편과 원치 않는 이혼으로 싱글라이프를 시작한 아내 역을 연기한 배우 이정현(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두번할까요’는 이혼 후 혼자 살게 된 현우(권상우 분) 앞에 전처 선영(이정현 분)이 친구 상철(이종혁 분)을 데리고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 중 선영은 이혼을 하기 싫어 현우에게 듣도 보도 못한 이혼식을 제안한다. 결혼을 앞두고 유산한 탓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으니 이혼식이라도 하겠다는 것. 결국 현우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이혼식을 감행한다.

“난생처음 들어온 코미디물이라 내용이 재미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너무 재밌어서 한 시간 만에 그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그러고는 회사에 전화해서 당장 하겠다고 했어요.”

1996년 영화 ‘꽃잎’으로 데뷔한 이정현은 ‘은행나무 침대’ ‘파란만장’ ‘범죄소년’ ‘명량’ ‘군함도’ 등의 영화와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아 왔다. 그런데도 첫 촬영을 할 때마다 심하게 긴장한다는 그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했다.

“설렁탕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었어요. 너무 긴장해서 숟가락을 들고 있던 손이 덜덜 떨렸죠. 그걸 본 (권)상우 오빠가 깜짝 놀랐어요. 자신이 생각하는 이정현의 이미지는 이게 아닌데 신기하다고 했죠.”

처음에는 극 중 선영의 캐릭터에 공감이 되지 않아서 연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감독과 상의하며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선영은 쓸데없이 자존심이 센 인물이에요. 청소도 안 하고 설거지를 쌓아놓는 등 되게 지저분한 편이죠. 그에 반해 저는 청소하는 걸 좋아하고 설거지 안 한 그릇이 쌓여 있는 걸 못 보는 편이에요.”

처음 도전한 코미디 연기였지만 권상우와의 호흡은 마냥 웃기고 재밌었다고 했다. 이정현은 “우연히도 상우 오빠가 출연한 영화 ‘탐정’을 본 이후 이번 영화를 촬영하게 됐는데, ‘탐정’의 상우 오빠를 상상하면서 연기하니까 너무 재밌었다”며 “오빠가 애드리브를 많이 하다 보니까 너무 웃겨서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전 작품들에서 우울한 역할을 많이 맡아서 힘들었어요. 촬영할 때마다 슬픈 감정이나 부정적인 상황을 떠올려야 했으니까요. 이번 작품은 장르 자체가 밝아서 촬영 현장 분위기도 좋았어요. 평소 스태프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데, 행복한 감정을 지속하면서 연기하고 풀어나가니 너무 좋았죠.”

‘두번할까요’는 이정현이 지난 4월 결혼한 뒤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 감회가 더욱 남다르다. 결혼을 포기했던 그의 생각을 바꿔놓은 작품이라 더욱 그렇다.

“대중의 시선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기가 어려워 결혼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극 중 두 남자의 캐릭터와 결혼해도 재밌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는 현우와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상철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죠. 그런데 촬영 도중 우연히 아는 언니를 통해 지금의 남편과 소개팅을 하게 됐고요.”

결혼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함께 출연한 권상우와 이종혁이 보여준 남다른 가족애였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쉼없이 울린 출연진의 단체대화방에는 두 사람의 자녀들 사진이 가득했다. 이정현은 “화목한 가정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고, 하루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고 했다.

결혼 후에도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정현은 ‘두번할까요’ 촬영을 마치자마자 영화 ‘죽지 않는 밤’과 ‘반도’의 작업에 들어가 촬영을 마친 상태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앞두고 있다. 이정현은 “로맨스 코미디라는 장르에 맞게 관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고, 웃길 때는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며 관람을 권했다.

박창기 한경텐아시아 기자 spe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