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 대기자 3만9000명…기증 동의해도 사후 가족 동의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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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왁자지껄
“아내가 신장을 기증한 후 감동을 받아 저도 생명을 나누겠다는 뜻을 품었습니다. 신장 두 개 중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라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 10일 얼굴도 모르는 한 60대 기초생활수급자 남성 김모씨에게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신장 하나를 떼어준 구신용 목사(51·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에 따르면 구 목사와 아내 홍선희(54)씨는 올해 첫 ‘부부 신장 기증인’이다. 29년 전 국내 장기기증 운동이 시작된 이후 19번째다. 2006년 홍씨가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는 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후에도 건강하게 생활하고, 지인도 건강을 찾는 것을 보며 구 목사도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심하게 됐다.
김씨처럼 장기기증을 받는 사례는 흔치 않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는 매일 약 7.5명(총 2742명)의 환자가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숨졌다. 신장과 심장, 췌장 등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은 매년 늘어나는 반면 장기 기증자 수는 줄어들고 있어서다. 장기 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 이식 대기자 3만9000명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한국장기기증조직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기 이식 대기자는 2015년 2만7444명에서 올해 6월 3만8977명으로 42.0% 늘었다. 하지만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 수도 2015년 1811명에서 2016년 1956명, 2017년 2238명, 지난해 2742명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2015년 501명에서 올해 6월 213명으로 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뇌사 기증률은 인구 100만명 당 8.66명으로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스페인 뇌사 기증률은 인구 100만명 당 48명, 미국은 33.32명, 이탈리아는 27.73명, 영국은 24.52명이다. 뇌사자의 장기 기증에 대한 가족들의 동의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 의원은 “뇌사 장기기증 가족동의율(최종 동의한 가족/장기 기증 의사를 확인한 가족)도 2015년 51.7%에서 2018년 36.5%, 2019년 6월 31.5%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장기 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기 기증’ 생전 동의해도 사후 가족 동의 받아야
국내에서 장기 기증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본인이 생전에 사후 장기기증을 희망한다는 서약을 해도 사후에 가족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이중 규제’가 꼽힌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본인이 뇌사 또는 사망하기 전 장기 기증에 동의해도 법적인 구속력이나 강제성이 없다. 때문에 뇌사 판정이 나거나 사후에 배우자, 부모 등 가족이 거부하면 장기 기증을 할 수 없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본인이 사전에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혀도 법적으로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장기기증 희망서약 홍보 캠페인도 기증 의사를 가족에게 미리 알리고 설득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중 규제를 개선해 장기 기증 희망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처럼 ‘옵트 아웃(거부 선택)’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옵트 아웃은 뇌사자나 사망자가 생전에 장기 기증을 거부하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프랑스와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유럽 다수 국가들이 장기 기증에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영국도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장기 기증에 동의한 성인이 전체의 약 60%에 달하는 미국은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장기 기증 신청 여부를 묻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지난 10일 얼굴도 모르는 한 60대 기초생활수급자 남성 김모씨에게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신장 하나를 떼어준 구신용 목사(51·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에 따르면 구 목사와 아내 홍선희(54)씨는 올해 첫 ‘부부 신장 기증인’이다. 29년 전 국내 장기기증 운동이 시작된 이후 19번째다. 2006년 홍씨가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는 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후에도 건강하게 생활하고, 지인도 건강을 찾는 것을 보며 구 목사도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심하게 됐다.
김씨처럼 장기기증을 받는 사례는 흔치 않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는 매일 약 7.5명(총 2742명)의 환자가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숨졌다. 신장과 심장, 췌장 등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은 매년 늘어나는 반면 장기 기증자 수는 줄어들고 있어서다. 장기 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 이식 대기자 3만9000명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한국장기기증조직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기 이식 대기자는 2015년 2만7444명에서 올해 6월 3만8977명으로 42.0% 늘었다. 하지만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 수도 2015년 1811명에서 2016년 1956명, 2017년 2238명, 지난해 2742명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2015년 501명에서 올해 6월 213명으로 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뇌사 기증률은 인구 100만명 당 8.66명으로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스페인 뇌사 기증률은 인구 100만명 당 48명, 미국은 33.32명, 이탈리아는 27.73명, 영국은 24.52명이다. 뇌사자의 장기 기증에 대한 가족들의 동의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 의원은 “뇌사 장기기증 가족동의율(최종 동의한 가족/장기 기증 의사를 확인한 가족)도 2015년 51.7%에서 2018년 36.5%, 2019년 6월 31.5%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장기 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기 기증’ 생전 동의해도 사후 가족 동의 받아야
국내에서 장기 기증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본인이 생전에 사후 장기기증을 희망한다는 서약을 해도 사후에 가족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이중 규제’가 꼽힌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본인이 뇌사 또는 사망하기 전 장기 기증에 동의해도 법적인 구속력이나 강제성이 없다. 때문에 뇌사 판정이 나거나 사후에 배우자, 부모 등 가족이 거부하면 장기 기증을 할 수 없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본인이 사전에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혀도 법적으로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장기기증 희망서약 홍보 캠페인도 기증 의사를 가족에게 미리 알리고 설득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중 규제를 개선해 장기 기증 희망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처럼 ‘옵트 아웃(거부 선택)’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옵트 아웃은 뇌사자나 사망자가 생전에 장기 기증을 거부하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프랑스와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유럽 다수 국가들이 장기 기증에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영국도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장기 기증에 동의한 성인이 전체의 약 60%에 달하는 미국은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장기 기증 신청 여부를 묻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