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 품절 사태로 곤욕을 치른 바이엘이 이번에는 피임약 공급을 일시 중단했다. 바이엘코리아는 내년 1분기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 2위 피임약인 ‘마이보라’와 ‘멜리안’ 공급을 중단한다고 13일 밝혔다. 해외 생산 공장 이전에 따른 것이다.

마이보라와 멜리안은 국내 경구용 사전 피임약 시장에서 매출 2, 3위인 인기 제품이다. 올 상반기에만 각각 19억3000만원, 7억8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두 제품은 동아제약이 2015년 바이엘로부터 판권을 사들여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생산량이 줄면서 완제의약품 수입도 일시 중단됐다. 약국가에서는 일제히 제품 확보에 나섰다.

피임약뿐만 아니라 바이엘이 생산하는 다른 제품들도 장기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엘의 항생제 ‘씨프로바이’는 생산 설비 보수 및 현대화 작업에 따라 내년 하반기까지 1년간 공급이 중단된다. 이 제품은 종근당이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종근당은 내년 말부터 씨프로바이 판매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밖에 바이엘이 직접 유통하는 고혈압 치료제 ‘아달라트오로스정’은 생산 중단으로 올 상반기 약국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내년 3월부터 공급이 재개될 예정이다.

업계는 바이엘의 잇단 의약품 공급 중단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복용하던 약물을 바꾸기 쉽지 않은 환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바이엘 판권을 지닌 국내 회사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제품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판매 및 마케팅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어서다.

바이엘은 지난해도 아스피린 생산 공장을 인도네시아에서 독일로 변경하면서 아스피린 공급을 1년 이상 중단했다. 당시 바이엘 측은 설비 이전과 가동 준비 과정이 예상보다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유독 한국에서만 품절 사태가 잦다는 점에서 바이엘코리아 측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