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요충지를 점령했다. 아랍과 유럽 국가 등 국제사회는 즉각 시리아에서 철수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터키 측은 쿠르드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터키 국방부는 1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유프라테스강 동부 라스 알 아인시를 터키군이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터키와 시리아의 접경지대에 있는 라스 알 아인은 2013년부터 쿠르드 민병대(YPG)가 통제권을 갖고 있는 시리아 북서부 요충지다.

터키는 미국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철수하자 지난 9일부터 쿠르드족을 몰아내기 위한 군사작전에 돌입했다. 터키는 YPG를 자국 내 분리주의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지부로 여기고 있다. 터키 국방부는 “이번 군사작전으로 ‘무력화’된 PKK와 YPG 테러리스트가 459명에 달한다”고도 했다. 터키 당국은 적군이 사살 또는 체포되거나 항복했다는 의미로 ‘무력화’라는 표현을 쓴다. 터키는 이 지역에 자국 내 시리아 난민 100만 명을 다시 정착시킬 계획이다.

쿠르드족은 세계를 테러 공포에 떨게 한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격파했지만 미군이 철수하면서 터키군 앞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발표했다.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은 2013년부터 미국과 IS 소탕작전에서 함께 싸운 동맹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IS 격퇴전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뒤에도 ‘전우를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시리아에 군대를 남겨 쿠르드족을 터키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했다. 쿠르드 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친(親)터키계 용병이 IS 대원과 그 가족들이 억류돼 있는 캠프를 포격해 785명이 탈출했다고 발표했다. YPG는 그동안 포로로 붙잡은 IS 조직원과 친인척을 캠프에서 관리해왔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연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터키군의 시리아 군사작전을 중단하도록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리아 정부의 초청을 받지 않은 모든 외국 군대는 시리아에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홍해에서 이란 유조선 폭발 사고까지 일어나며 중동 지역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번 유조선 사고가 지난달 사우디 아람코의 석유시설 공격에 따른 사우디 측의 보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