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부 특별상을 수상한 신민선 감독의 ‘CIRCLE OF LIFE’는 흑백과 컬러 영상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이를 통해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진 커피 이야기를 재밌게 담아냈다. 흑백 영상에선 한 남자아이가 커피 자판기를 향해 뛰어간다. “어머니, 휘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요.” 어머니가 “휘야, 커피 마시면 키 안 큰단다”라고 말하자, 아이는 한숨을 내쉰다. 장면이 바뀌어 컬러 영상이 흐른다. 어른 남성이 “이게 아직 여기에 있네”라며 자판기에서 커피를 누른다. 남자아이가 성인이 돼 커피를 마시는 설정이다. 옆에 있던 딸은 “아빠, 이거 마시면 키 안 큰댔어”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빠는 딸과 커피를 나눠 마시며 말한다. “괜찮아, 키는 유전이야.”
일반부 우수상을 받은 유연재 감독의 ‘닮아가다’는 비슷한 주제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냈다. 엄마가 일하며 마시던 커피를 몰래 마셔보는 한 여자 꼬마아이. “뭐야, 쓰잖아”라고 하자 엄마는 “쓰기는. 엄마는 향기롭기만 한데”라고 웃으며 말한다. 시간이 흘러 그 여자아이는 성인이 돼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잔뜩 쌓인 서류 틈에 앉아 “인생이 쓰다, 그래도 커피는 향기롭네”라고 말한다. 문득 엄마가 과거에 했던 말이 생각난 듯 미소 짓는다. 시간이 흘러 자신도 엄마처럼 커피의 진정한 맛을 아는 성인이 된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