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동생 조씨 0.0114%의 남자인지 보여야", 여 "사법부 흔들면 안돼"
중앙지법원장 "수사 진행 중 사안" 말 아껴…영장판사 출석요구 거절
법원 국감 "曺동생 영장기각 판사 불러라"vs"재판개입 시도"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수원고법·서울중앙지법 등 국정감사에서는 법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은 조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영장을 기각한 영장전담 판사를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요구했고, 여당 측은 재판에 대한 개입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질의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얻어 "중요하고 결정적인 사건에서 법원이 요설과 궤변 같은, 법률 규정에도 없는 기각 사유로 누군가를 비호해 갈등을 부추기고 (법원의 역할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포기한 조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주 의원은 "명 부장판사가 법관의 재량권을 초과했을 뿐 아니라, 형사소송법의 구속 사유는 전혀 판단하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만 했다"며 "이는 법률 위반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현장 증인으로 명 부장판사 등 영장전담 판사들을 불러 영장 발부 기준을 따져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2014년부터 서울중앙지법의 영장 재판 1만7천여건 중 단 2건만이 영장심사를 포기했음에도 기각됐다"며 "명 부장판사가 직접 나와서 '조씨가 0.0114%의 남자'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도 "영장기각 사유의 문구 하나하나가 다 모순"이라며 "배임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서, 배임수재 혐의는 인정하기 때문에 기각 사유가 된다.

압수수색으로 증거가 확보됐다는 것도 기각사유인데 증거가 없으면 소명 부족이라고 또 기각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영장에 대한 심사도 재판인데, 국감을 빌미로 그것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판결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진행돼 참담하다"며 "영장심판 하나하나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가 압박하는 것은 결단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도 "영장 발부 여부를 한국당 의원에 허락받으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서초동 민심에 의거해서, 광화문 민심에 의거해서 사법부를 흔드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이 영장 기각 사유를 읽지 않은 것 같다"며 "조씨의 경우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어 원칙적으로 영장 기각 사유가 되고, 사안의 중대성에도 발부하지 않은 것은 검찰의 별건 수사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장제원 의원이 "성창호 부장판사가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구속했을 때 '보복과 보신의 수단'이라며 정치 공세를 하고 낙인찍은 것이 민주당 의원들"이라며 재반박하면서 여야 의원들 사이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사항에 대해 영장 판사의 구체적인 기각 사유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민 원장은 "특히 이 사건은 검찰에서 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힌 상황"이라며 "제가 옳다고 하든 그르다고 하든 재청구된 영장 심사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약 40분간 정회하고 명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야 간사의 논의를 시도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여 위원장은 이에 "절충이 되지 않는 만큼 명 부장판사 본인이 자진 출석하면 답변할 기회를 드리고, 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도읍 의원은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명 부장판사의 자진 출석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