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앞둔 하반기 국정 영향 '촉각'…'악재' 해소로 반등 기대
'국론 분열' 책임론 제기 가능성…野공세지속·檢수사결과 '변수'
文대통령 "檢개혁·공정 매진"…'포스트 조국' 국정운영 방향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조기 사퇴라는 '메가톤급' 충격을 떠안으면서 향후 국정운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조 장관이 검찰개혁 임무 완수라는 '소명'을 다하면 장관직을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임명 한 달여 만에 전격적으로 물러나면서 반환점을 앞둔 문 대통령의 후반기 임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에는 두 달 넘게 이어진 '조국 정국'이 이끈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고 국정운영 동력이 되살아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또 내년 총선의 승패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운명이 달린 만큼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서는 총력전을 통한 '조국 파장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었던 조 장관이 일단 사퇴함에 따라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일단 큰 짐을 내려놓은 모양새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악재'(惡材)를 털어버리면서 반등을 꾀할 상황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조 장관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국론이 반으로 나뉘면서 한국 사회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이 와중에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최저치를 오가면서 국정 동력이 저하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만시지탄의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조국 리스크'를 털어버린 점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 장관이 남긴 '검찰 개혁안'을 당·정·청이 거세게 밀어붙이면서 개혁 이미지를 강화해 그간의 실점을 만회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여권 안팎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도 이날 조 장관 사퇴 직후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법무부는 오늘 발표한 검찰개혁 과제에 대해 10월 안으로 규정의 제정이나 개정,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쳐주길 바란다"며 속전속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文대통령 "檢개혁·공정 매진"…'포스트 조국' 국정운영 방향타
다만 문 대통령으로서는 조 장관의 사퇴에도 국론 분열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상징됐던 '검찰개혁'과 '조국사퇴'의 두 목소리가 정치권을 넘어서 국민 사이를 갈라놓았다는 책임에서 청와대·여당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수보회의에서 "결과적으로 국민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고 언급하면서 두 차례나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실상 국민에게 사과했다.

물론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회의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로,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직접 민주주의'라는 긍정적 측면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인식은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에게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는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에도 묻어났다.

하지만 조 장관 사퇴 공세를 펴왔던 보수 야당이 조 장관 사퇴에도 공세를 늦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책임론을 지속해야 현 정부의 힘을 빼고 내년 총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일련의 '조국 정국'을 여전히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속에서 바라보면서 검찰 개혁을 위한 '정면 돌파'를 재차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이며 국정 과제"라며 "그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가면서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다"고 밝혔다.

숱한 논란이 있었지만 조 장관 사퇴를 오히려 검찰개혁을 위한 동력, 나아가 국정운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조 장관의 사퇴를 받아들인 만큼 집권 반환점을 앞둔 현시점에서 개혁에 한층 속도를 내면서 국정 동력의 불씨를 살려갈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조 장관 사퇴에도 지속 중인 검찰 수사는 여전한 부담으로 남는다.

만에 하나 검찰이 조 장관 개인에게까지 직접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거나 향후 재판 과정에서 그의 일가의 범법 사실이 최종 확인될 경우 문 대통령의 '분신'으로까지 불렸던 조 장관으로 인한 역풍이 또다시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