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규제에 막힌 토종IB…해외 초대형 딜일수록 참여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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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을 수출하라 (6) 자본수출 가로막는 규제들
자산성격·금액만으로 건전성 평가
'랜드마크 딜' 미래에셋도 고심
자산성격·금액만으로 건전성 평가
'랜드마크 딜' 미래에셋도 고심
금융투자회사는 자본 수출에 나설 때마다 금융당국 눈치를 살펴야 한다. 한국에만 유독 엄격하게 적용되는 ‘건전성 규제’ 탓이다. 때때로 은행보다 더한 잣대가 적용된다. 그만큼 자본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탐내는 대규모 핵심 투자대상일수록 국내 자금을 태우는 게 어렵다. 투자 대상의 실질 위험은 따지지 않은 채 자산 성격과 투자 금액으로만 건전성을 평가하는 ‘묻지마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손발이 묶인 채 글로벌 IB와 경쟁해야 하는 게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현실이다. ‘고무줄 잣대’ NCR
건전한 자본 수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한두 개가 아니다. 대표적인 게 금융투자회사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NCR(net capital ratio) 규제다. 외환위기 직후 시행된 NCR 규제는 은행에 적용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더 복잡하고 이중적이다.
NCR은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과 순자본비율(신NCR)로 나뉜다. 금융위원회는 구NCR이 금융투자회사의 해외 진출을 과도하게 막는다고 판단하고 2016년 신NCR(연결 기준)을 도입했다. 미래에셋대우(올 6월 말 기준 2046%) NH투자증권(1424%) 등 초대형 IB 대부분의 연결 신NCR은 적기시정조치 요건(경영개선권고 기준 100%)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구NCR(개별 기준)을 평가 잣대로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금융그룹 통합감독에선 공식적으로 구NCR을 다시 잣대로 쓰기로 했다. 한 증권회사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금감원과 일부 신용평가기관은 여전히 구NCR을 잣대로 금융투자회사의 재무 상태를 재단한다”며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NCR 규제가 너무 강하고 이중적이어서 안정적인 투자를 가로막고 자본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토로했다.
리스크 따지지 않는 ‘묻지마 규제’
구NCR과 신NCR 모두 투자 위험값을 산출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동일한 투자 건에 대해서도 국내 법인과 해외 법인 간 위험값을 달리 적용한다. 국내에서 대출을 하면 위험값을 대출금의 12%로 적용하지만, 해외 법인에서 대출하면 100%의 위험값을 적용한다. 또 실제 리스크는 똑같은데 거래 계약 형태에 따라 위험값이 달라진다. 대출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대출채권에 대해선 위험값 100%를 적용하는 식이다.
은행에도 없는 행위 규제까지 적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투자 위험값을 기존 24%에서 60%로 확대하고, 부동산 대출 신용등급별 위험값을 50% 가중했다. 국내 부동산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인데, 해외 안전자산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초대형 IB엔 더 직격탄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미국 최고급 호텔 15곳을 통째로 인수하는 ‘빅딜’에 성공했지만 역설적으로 NCR 우려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전체 인수대금 6조9000억원 가운데 2조원 안팎을 투자할 예정인데 이 같은 부동산 행위 규제로 총위험액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투자한도를 늘려놓기 위해 알짜 자산을 시장에 대거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대체투자 담당 부장은 “부동산 행위 규제를 하려면 국내 주거용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만 별도로 위험값을 설정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의무 환헤지도 시대착오적 규제
IB 실무자들은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가로막는 ‘환헤지 규제’도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달러 같은 기축통화에 환(換)을 노출시키는 게 유리한데, 연기금이나 보험사 같은 대체투자 ‘큰손’은 환율 변동으로 생기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무조건 환헤지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험사들은 위험기준자기자본비율(RBC) 규제 때문에 환헤지 없이 투자를 못 한다. 한 증권사 IB부문 대표는 “환헤지 비용만 1% 넘게 들어 실제 기대수익률 상당 부분을 까먹는다”며 “무분별한 환헤지 규제가 풀려야 창의적이고 안전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NCR(재무건전성)
NCR은 증권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구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이고, 신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뒤 필요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NCR이 높을수록 재무 상태가 양호하다는 뜻이다.
조진형/오형주 기자 u2@hankyung.com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탐내는 대규모 핵심 투자대상일수록 국내 자금을 태우는 게 어렵다. 투자 대상의 실질 위험은 따지지 않은 채 자산 성격과 투자 금액으로만 건전성을 평가하는 ‘묻지마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손발이 묶인 채 글로벌 IB와 경쟁해야 하는 게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현실이다. ‘고무줄 잣대’ NCR
건전한 자본 수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한두 개가 아니다. 대표적인 게 금융투자회사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NCR(net capital ratio) 규제다. 외환위기 직후 시행된 NCR 규제는 은행에 적용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더 복잡하고 이중적이다.
NCR은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과 순자본비율(신NCR)로 나뉜다. 금융위원회는 구NCR이 금융투자회사의 해외 진출을 과도하게 막는다고 판단하고 2016년 신NCR(연결 기준)을 도입했다. 미래에셋대우(올 6월 말 기준 2046%) NH투자증권(1424%) 등 초대형 IB 대부분의 연결 신NCR은 적기시정조치 요건(경영개선권고 기준 100%)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구NCR(개별 기준)을 평가 잣대로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금융그룹 통합감독에선 공식적으로 구NCR을 다시 잣대로 쓰기로 했다. 한 증권회사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금감원과 일부 신용평가기관은 여전히 구NCR을 잣대로 금융투자회사의 재무 상태를 재단한다”며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NCR 규제가 너무 강하고 이중적이어서 안정적인 투자를 가로막고 자본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토로했다.
리스크 따지지 않는 ‘묻지마 규제’
구NCR과 신NCR 모두 투자 위험값을 산출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동일한 투자 건에 대해서도 국내 법인과 해외 법인 간 위험값을 달리 적용한다. 국내에서 대출을 하면 위험값을 대출금의 12%로 적용하지만, 해외 법인에서 대출하면 100%의 위험값을 적용한다. 또 실제 리스크는 똑같은데 거래 계약 형태에 따라 위험값이 달라진다. 대출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대출채권에 대해선 위험값 100%를 적용하는 식이다.
은행에도 없는 행위 규제까지 적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투자 위험값을 기존 24%에서 60%로 확대하고, 부동산 대출 신용등급별 위험값을 50% 가중했다. 국내 부동산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인데, 해외 안전자산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초대형 IB엔 더 직격탄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미국 최고급 호텔 15곳을 통째로 인수하는 ‘빅딜’에 성공했지만 역설적으로 NCR 우려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전체 인수대금 6조9000억원 가운데 2조원 안팎을 투자할 예정인데 이 같은 부동산 행위 규제로 총위험액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투자한도를 늘려놓기 위해 알짜 자산을 시장에 대거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대체투자 담당 부장은 “부동산 행위 규제를 하려면 국내 주거용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만 별도로 위험값을 설정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의무 환헤지도 시대착오적 규제
IB 실무자들은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가로막는 ‘환헤지 규제’도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달러 같은 기축통화에 환(換)을 노출시키는 게 유리한데, 연기금이나 보험사 같은 대체투자 ‘큰손’은 환율 변동으로 생기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무조건 환헤지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험사들은 위험기준자기자본비율(RBC) 규제 때문에 환헤지 없이 투자를 못 한다. 한 증권사 IB부문 대표는 “환헤지 비용만 1% 넘게 들어 실제 기대수익률 상당 부분을 까먹는다”며 “무분별한 환헤지 규제가 풀려야 창의적이고 안전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NCR(재무건전성)
NCR은 증권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구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이고, 신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뒤 필요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NCR이 높을수록 재무 상태가 양호하다는 뜻이다.
조진형/오형주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