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평양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 예선 한국-북한전의 TV 생중계가 무산됐다. 북한의 비협조 탓에 한국 응원단과 취재진, 중계팀의 방북이 물 건너갔다. 대표팀은 육로나 직항로 대신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들어가야 했다. 정부가 남북 교류와 대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지만 북한에 일방적으로 무시당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개최’ 제안도 무색해졌다.

북한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공동 조사·방역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비무장지대(DMZ) 남쪽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으로까지 돼지열병이 번지고 있어 북한과의 방역 협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 5월 북한에서 ASF 발병이 확인된 뒤 정부가 수차례 방역 협력을 제안했지만 북은 응하지 않고 있다. 재난과 질병은 남북이 함께 대응해야 할 인도적 문제라는 점에서 북측 태도는 상식을 크게 벗어난다. 이는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9·19 평양공동선언’을 위반하는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대화와 협력을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식량 지원에 대해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 “시시껄렁한 물물거래” 같은 모욕적 발언을 쏟아냈다. 평양 축구나 돼지열병 공동방역 같은 최소한의 교류까지 거부하는 북한의 태도는 남북관계 개선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북한이 생떼를 부리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북 관계 성과 내기에 급급해 북한 눈치를 보며 저자세로 일관하니 무시당하는 것 아닌가. 상습적인 어깃장과 생떼에 눈 감지 말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축구 중계까지 막는 북한과 공동 올림픽 운운하는 것은 대북 관계의 환상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