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위 인터넷 포털' 바이두는 왜 몰락했나
중국 인터넷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BAT’라는 조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의 앞글자를 딴 중국 3대 인터넷회사의 약칭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각각 4350억달러와 4018억달러였다. 바이두는 358억달러로, 이들과 격차가 크다. 한때 중국 인터넷기업 시가총액 1위였던 바이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0년으로 돌아가보자. 바이두의 중국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은 63%로 1위를 지키고 있었다. 구글이 33%로 2위를 차지했다. 양강 구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로 2010년 4월 구글은 중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정부의 지지를 얻은 바이두는 사실상 검색엔진 시장을 독식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었다.

바이두의 시가총액은 1년 반 만에 240억달러에서 400억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시기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385억달러에서 370억달러로 감소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바이두에 넘겼다.

2011년 텐센트의 주가 부진 시발점은 ‘리그오브레전드(LOL)’의 중국 진출이었다. 이전까지 회사의 가장 큰 수익원이던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다는 게 이유였다.

바이두는 ‘피닉스 네스트’라는 새로운 검색 시스템을 도입해 수익화를 극대화했다. “검색 결과와 광고가 명백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비난에도 회사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희귀암을 앓던 한 대학생이 바이두 검색광고에 속아 목숨을 잃는 ‘혈우병 게이트’가 발생했다. 바이두 주가는 폭락했고 회사는 큰 위기를 맞는다. 허위 의료광고 등 유해정보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던 바이두는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전체 매출에서 15~25%를 차지하는 의료광고를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후 바이두는 모바일검색 진출과 인수합병(M&A)을 통해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한 게임과 온라인상거래 분야에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독보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2017년 바이두는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임원을 거친 루치를 총재(COO)로 영입했다. 루치는 바이두에 합류한 이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전략을 통해 회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주가는 한때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불과 1년 만인 2018년 5월 루치의 사임 소식으로 바이두 주가는 이틀 동안 14% 하락하며 137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한다.

결과적으로 경쟁의 부재가 바이두에는 독이 됐다. 매너리즘에 빠진 기업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바이두가 고전하는 동안 온라인상거래업체 제이디닷컴, 핀둬둬 등의 시가총액은 바이두를 넘어섰다. 틱톡으로 유명한 비상장업체 바이트댄스의 예상 시가총액도 바이두를 앞질렀다. 더 이상 BAT는 옛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