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는 생활에 꼭 필요하고 흔히 마주하는 법률 문제다. 대리인과 거래할 때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은 상식처럼 통하고 있다. 하지만 위임장과 인감증명서가 있다고 그 사람이 완벽하고 안전한 대리인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 서류가 없이는 대리행위를 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없이도 거래는 유효하게 성립될 수 있다. 가령 대리인에게 부동산을 얼마에 팔아 달라고 얘기했을 뿐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준 적은 없다 할지라도 대리인이 그 말에 맞게 부동산 매도 계약을 체결했다면 유효한 대리 행위로 판단된다.
대리권을 주는 것은 반드시 서류가 필요한 행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본인은 대리인이 체결한 매도 계약을 다른 사유 없이 돌이킬 수 없고, 대리인과 계약한 매수인 역시 계약 체결 당시 위임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거래를 무위로 돌릴 수 없다. 이처럼 대리권이 서면화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법률적 효력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거래의 안전성과 증거 확보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은 유효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서류가 있는지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위임장과 인감증명서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이다.
먼저 위임장의 위임 대상, 위임 권한 등에 대리인과 체결하려는 계약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대리인의 신분증 확인을 통해 위임장에 기재된 대리인이 맞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인감증명서상의 용도란을 확인해야 함은 물론이고, 위임장에 날인된 인감과 인감증명서상의 인감이 동일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위임장 등의 유효기간이 따로 있는지를 살펴보되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하더라도 인감증명서 발급일이나 위임장 작성일이 너무 오래된 경우에는 그 사이 사정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므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위임장, 인감증명서, 대리인의 신분증 사본을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가족 대리인이거나, 배우자가 대리인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가족이나 부부간 부동산 거래에 관한 대리권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경우와 똑같이 대리권을 확인해야 한다.
대리인과의 거래는 당사자와의 직접 거래보다 분쟁 소지가 한 가지 더 뻗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대리인과의 거래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당사자와의 전화 통화 등을 통해 한 번 더 그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상대방 동의하에 녹취를 해 둔다면 더욱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다.
박현진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변호사 hyunjin.park@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