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조국 사퇴 후 "최악의 순간도 지옥의 고통도 짧다" 박노해 시로 심경 표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 사퇴를 발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5차 검찰소환 조사를 받던 부인 정경심 교수는 건강 상의 문제로 조사중단을 요청했다.

정 교수는 이날 밤 SNS에 박노해 시인의 시를 올리며 자신의 심경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정 교수는 귀가 후 병원으로 바로간 상황에서도 페이스북에 '그대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라는 제목 아래 박노해 시인의 '동그란 길로 가다'를 올렸다.

정 교수는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이라며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고 적고 "감사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 소환 조사중인 자신의 처지와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일반인이 된 남편을 위로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정 교수가 조사 중단을 요청해 조서 열람 없이 조사를 중단하고 귀가했다고 밝히면서 "추후 다시 출석하도록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 교수를 상대로 펀드 운용사 코링크PE 운용에 개입하고 차명 투자했는지 집중 조사했다.

검찰이 정 교수를 소환한 것은 5차례에 달하지만 매번 건강상의 문제로 일찍 귀가하거나 조서 열람에 상당시간을 할애해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상황이다.

조 장관은 사의를 밝히면서도 정 교수의 건강 악화를 염려했다.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가 하루하루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며 "가족의 곁을 지키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경심 교수의 조국 사퇴 후 입장글 전문.

- 그대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 -

박노해 <동그란 길로 가다>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감사했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