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사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전환"
▽ 데이터 공개로 개방형 미래차 생태계 구축
현대차그룹은 15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자동차 비전 선포식' 행사에서 데이터 공개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래 모빌리티 협업 생태계 전략을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부를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에서 벗어나고,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는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다.
◇ 오픈 플랫폼서 차량 데이터 공유
현대차그룹은 차량 데이터 오픈 플랫폼의 개발자 포털인 '현대 디벨로퍼스'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 포털에서는 커넥티드카에서 공유하는 차량 정보, 정비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된 차량 제원과 상태, 운행 데이터 등을 외부에 공개한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팀와이퍼 △마카롱팩토리 △오윈 △미스터픽 등 스타트업 4곳과 양해각서(MOU)를 각각 체결했다. 팀와이퍼는 포털에 공유된 위치정보, 원격제어를 이용한 출장 세차 서비스를 선보인다. 마카롱팩토리는 데이터 입력이 자동화된 차계부 서비스를, 오윈은 위치 정보를 활용한 음식·음료 픽업 서비스를 출시한다. 미스터픽은 중고차 평가·거래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이 외에도 캐롯손해보험이 주행 거리 데이터를, 현대해상은 운전 습관 데이터를 활용한 차량 보험 서비스를 추진한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와 제네시스도 비슷한 형태의 차량 데이터 오픈 플랫폼을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 2024년 완전자율주행 등장…41조원 투자
현대차그룹은 2021년 '레벨 3' 차량을 출시하고 2024년 '레벨 4' 차량을 운송사업자부터 단계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국제표준 격인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자율주행 단계 분류는 6단계(레벨 0∼5)로, 조건부 자율주행인 레벨 3는 차량 스스로 차선을 옮기며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수행하는 단계다. 레벨 4부터 운전자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완전자율주행이 포함된다. 레벨 5는 레벨 4와 기능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기술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져 운전석을 없애는 단계가 된다. 또한 2025년까지 신차의 절반 수준인 23종의 차량을 전기차로 출시하기로 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차량 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하는 전동 스쿠터도 공개했다. 차량에서 내린 뒤 목적지까지 가는 짧은 거리도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한다는 구상이다. 이 전동 스쿠터는 2021년께 출시될 현대·기아차 신차에 선택 사양으로 탑재될 전망이다.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현대차는 미국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에도 연구소를 구축해 로드맵에 따른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한편, 자율주행 기술 인력도 육성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술 개발과 전략 투자에 2025년까지 모두 41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했다.
◇ 국내 버스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
현대차그룹은 국내 중소·중견 버스 제작사들이 수소전기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현대차가 우진산전, 자일대우상용차, 에디슨모터스와 공동으로 버스용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 협력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제작사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제공하고, 제작사들은 이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교통수단인 수소전기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차고지 중심으로 운영되는 버스 특성에 따라 수소충전인프라 부족에 따른 운용 제약도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는 스위스로 수출하는 수소전기트럭과 정부 연구과제로 개발해 내년 실증사업이 예정된 수소전기청소트럭, 올해 말 출시하는 포터 전기차도 최초로 공개했다. 수출형 수소전기트럭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스위스에 총 1600대가 수출된다. 중형 수소전기청소트럭은 적재하중이 4.5t에 이르며, 시속 60㎞ 정속 주행 시 1회 충전으로 599㎞를 운행할 수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가까운 미래에 고객들은 도로 위 자동차를 넘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로봇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오늘 출범하는 오픈 플랫폼 포털을 통해 스타트업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상생하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