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가 지난 1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악플(악성 댓글)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약한 성장기에 데뷔해 악플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연예계 환경이 이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극단적 선택…성장기 '상품화'에 병드는 아이돌
경찰에 따르면 설리는 이날 경기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리는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왔고, 현장에서 그의 심경이 적힌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리는 악플 등을 이유로 2014년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주로 청소년기에 데뷔하는 아이돌은 사생활 보장이 안 되고 극심한 악플에 쉽게 노출돼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해진 이미지 틀에 맞춰 밝고 활기찬 모습을 강요받으면서 ‘마음의 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7년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종현은 과거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로 나를 판단한다”며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일찍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다 보니 성장 과정에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다”며 “소속사는 자신의 상품 가치를 고려하는 ‘이해관계’에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고민을 외부에 털어놓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예인들의 공통점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것이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도 꾸준히 병원을 다니며 약물 치료를 받거나 상담을 해야 하는데, 스케줄이 많고 정신과에 가는 사진이 찍힐까 봐 두려워하는 연예인들은 꾸준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예인, 유명인 등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이를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6.6명으로 전년보다 9.5%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자살이 많이 증가한 1, 3, 7월에 유명인 자살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