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23년까지 버스와 트럭 등 전 상용차 라인업에서 친환경차 모델을 내놓는다. 카운티(소형버스) 전기차부터 엑시언트(25t급 대형트럭) 수소전기차까지 줄줄이 개발해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톱 상용 브랜드로 올라서겠다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현대차 "모든 버스·트럭 친환경차 모델 내놓겠다"
친환경 상용차 개발 박차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상용차 판매 확대 계획을 확정하고, 노동조합에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상용차 연구 및 생산기술 향상 관련 투자를 늘리고 친환경 상용차를 서둘러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차는 친환경 상용차를 전기차와 수소차 등 투트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카운티(소형버스)와 마이티(준중형 트럭), 시내버스 등은 전기차로 개발한다. 단거리 및 시내 운행 중심이어서 충전소가 많은 전기차가 유리하다. 중형 이상 트럭과 고속버스 등 장거리 운행이 잦은 차종은 수소차에 우선순위를 둔다. 수소차가 전기차에 비해 주행성능이 우수하고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양산 시점도 공개했다. 내년에는 카운티 전기차와 시내버스 수소차, 2021년에는 고속버스 수소차와 중형 저상버스 전기차 등을 양산한다. 2022년에는 마이티 전기차와 대형트럭 수소차, 2023년에는 쏠라티 및 중형트럭 수소차를 출시한다.

현대차는 친환경 상용차 공급 계약을 활발하게 체결하고 있다. 2025년까지 스위스 H2에너지에 대형 수소트럭 1600대를 공급하기로 했고, 한국 정부와는 2020년 이후 경찰버스 820대를 수소차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중국 쓰촨공장에 대규모 자금 수혈

현대차는 기존 내연기관 상용차 판매를 늘리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기존에 생산하지 않던 ‘신개념 트럭’도 개발한다. 기존 소형 트럭보다 더 작은 콤팩트 트럭 등이 대표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시장조사와 사업 타당성 검토를 마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용전문 정비 협력업체를 현재 100여 개에서 내년 말 120여 개로 늘린다. 고난도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직영 정비센터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상용차에 힘을 쏟는 이유는 국내 전주공장과 중국 쓰촨공장 등 상용차 제조공장의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 1~8월 2만8097대의 상용차(경상용차 제외)를 국내외 시장에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3만2821대)과 비교하면 14.4% 줄었다.

중국 내 실적도 부진하다. 중국에서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현대의 판매량은 월 수백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2년 전까지 월 3000대가량 판매했던 것과 비교하면 ‘판매 절벽’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승용차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우위에 설 수 있지만, 장거리 주행이 필수인 상용차는 수소차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쓰촨현대에 대규모 자금도 투입할 계획이다. 자본잠식에 빠진 쓰촨현대에 내년까지 2000억원 이상 대규모 증자를 하는 방식이다. 합작 파트너였던 난쥔자동차와 결별하고 지분 전량(지분율 50%)을 인수해 100% 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