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이해하려 현장경험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도전장 낸 플랫 정동훈 대표
정동훈 플랫 대표는 벤처 1세대로 분류된다.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1기로 소프트웨어(SW)업계에서 손꼽히는 ‘빠꼼이’다. 창업 경력만 세 번인 연쇄창업가이기도 하다. 기업용 인트라넷을 개발하는 회사를 세워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북미와 유럽 시장을 겨냥한 방송 SW 업체도 차렸다. 두 번째 회사였던 알티캐스트는 상장에도 성공했다.
2016년에 세운 세 번째 회사가 플랫이다. 배달 렌터카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카플랫’으로 유명하다. 정 대표는 “영세 렌터카 업체 중심의 시장에 IT를 활용하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직접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며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도 열어
카플랫은 집까지 렌터카를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시작했다. 원하는 시간에 지정한 장소에서 차량을 수령하고 반납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렌터카는 소비자에게는 대형마트와 비슷한 업종”이라며 “구색이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가깝지 않으면 이용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다 자가용처럼 집앞에 가져다주는 방식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차종 다양화에도 신경을 썼다. 기존 오프라인 렌터카 업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여서다. 카플랫은 국산 소형 차량부터 수입, 슈퍼카까지 약 200종의 차량을 제공한다. 클릭 몇 번이면 포르쉐나 페라리, 벤틀리도 대여가 가능하다. 수입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10% 이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지만 오프라인 렌터카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대여용 차량만 200여 대에 이른다. 온·오프라인 사업을 함께 하다 보니 서비스의 품질 유지가 용이하다. 제휴 업체에서 예약 차량을 보내주지 못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직영 오프라인 회사 차량을 대신 제공할 수 있어서다. 현재 카플랫의 재이용률은 50%에 이른다.
렌터카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올리는 데도 보탬이 됐다. IT만 아는 플랫폼 업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덕에 어렵잖게 제휴사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카플랫 제휴 업체는 250여 개에 달한다.
모빌리티의 미래는 주차장
플랫은 최근 휴맥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1996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누적 투자금액이 2051억원으로 불어났다. 새로 유입된 자금은 인수합병(M&A)에 썼다. 국내 주차장 운영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하이파킹’ 지분 100%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10만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면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 영역을 넓히는 작업도 하고 있다. 기업들에 업무용 차량을 빌려주는 ‘카셰어링’ 사업, 주차장을 활용한 세차·정비 사업 등에 도전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새로 시작하는 신사업의 키워드로 ‘주차장’을 꼽았다. 카셰어링을 비롯한 수많은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주차장을 기점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는 소프트뱅크가 미국의 주차장 관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파크자키’에 10억달러를 투자한 사례를 들며 “미래의 주차장은 공유와 물류의 거점인 동시에 주유, 세차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뤄지는 공간”이라며 “주차장에 IT를 더하면 무궁무진한 비즈니스의 기회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신사업 중에선 기업 간 거래(B2B) 카셰어링 사업이 가장 진도가 빠르다. 이달부터 ‘카플랫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 대표는 “2~3년 장기 렌털을 당연하게 여기는 기업용 렌터카 시장이 월이나 주, 일단위 ‘단기 렌털’로 바뀌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과 법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고객사를 늘려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플랫의 중장기 목표는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사명도 ‘휴맥스 모빌리티’로 바꾸기로 했다. 정 대표는 “검색 플랫폼 구글이나 쇼핑 플랫폼 아마존처럼 미래는 플랫폼에 있다”며 “렌터카 플랫폼을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