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선수촌' C등급 판정…재건축 사업 추진 '급제동'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사진)이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정밀 안전진단 통과에 실패했다. 송파구는 15일 이 단지 소유주로 구성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재건축 모임(올재모)’에 정밀 안전진단 결과 C등급을 통보했다. 재건축 사업이 가능한 ‘D등급’ 또는 ‘E등급’을 받지 못했다.

올림픽선수촌은 송파구 방이동에 있다. 122개 동, 554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을 위해 지은 아파트다. 1989년 일반분양자가 입주했다. 이 단지는 재건축 연한(30년)을 넘겨 재건축 사업이 가능하다.

이 단지 일부 소유주는 올재모를 구성하고 지난해 9월부터 정밀 안전진단 비용 모금을 시작해 3억원을 마련했다. 올 1월 송파구에 정밀 안전진단을 신청했으나 이번에 D등급 이하를 받지 못하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주거환경중심평가에서 ‘주거 환경’을 15%로 줄이고 ‘구조안전성’ 항목을 50%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광장아파트 3동과 5~11동은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새 기준을 적용받은 1, 2동은 안전진단 결과 C등급이 나와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선수촌은 주거 환경 분야, 설비 노후도 분야 등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았으나 구조안전성 분야에서 B등급이 나와 최종적으로 C등급을 받게 됐다.

이번 정밀 안전진단 결과가 정비업계에 미칠 파장도 거셀 전망이다. 올재모는 재건축을 통해 1만1900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에 버금가는 규모다. 노원구 월계시영, 미성·미륭·삼호3차에 이어 올림픽선수촌까지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올림픽선수촌 외에 재건축 정밀 안전진단을 신청한 단지들도 안전진단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서울에서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6·9·13단지, 마포구 성산시영 등이 정밀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 중이다. 목동신시가지5단지도 이날 정밀 안전진단을 양천구에 신청했다. 양천구 신정동 D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지면서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위축됐던 재건축 아파트 인기가 더 꺾일 수 있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