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차례 교섭 끝에 극적 합의…공은 행안부로
인력 충원도 공동 건의…임금인상률은 노조 요구안보다 낮은 1.8%
서울 지하철 노사협상 진통 끝 타결…임금피크제 폐지 건의키로
16일 진통 끝에 타결된 서울 지하철 노사 협상의 최대 쟁점은 임금피크제였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 양측은 전날부터 이어진 막판 협상 끝에 임금피크제 문제 해결 방안을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에 건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 협상에서도 비슷한 내용에 합의했지만 이번에는 임금피크제 폐지까지 방안에 포함했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노조는 그간 "2016년 임금피크제가 도입됐지만, 신규채용 인건비 부족을 이유로 기존 직원의 총인건비 인상분 잠식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신규채용 별도정원 인건비가 부족할 경우 기존 직원들의 인건비 인상 재원으로 충당하도록 하면서 작년부터 기존 직원들이 가져가야 할 임금을 빼앗기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렇게 빼앗긴 임금 인상분이 작년 87억원, 올해 43억원, 내년에는 68억원에 이른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사측은 정부 지침 변화가 우선이라는 방침을 고수해 왔지만, 노조의 계속된 문제 제기에 임금피크제 폐지와 신규채용 인원 감소를 포함한 문제 해결 방안을 노조와 함께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폐지의 열쇠는 행정안전부가 쥐고 있어 행안부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다시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
서울 지하철 노사협상 진통 끝 타결…임금피크제 폐지 건의키로
또 다른 쟁점이었던 인력 충원은 노사가 한 발씩 물러서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노조는 인력 충원과 함께 4조2교대제 확정을 요구해왔다.

2017년 통합 서울교통공사 출범 당시 기존 3조2교대제 대신 시범 도입한 4조2교대제를 확정하고, 여기에 필요한 추가 인력을 채용하자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사측은 연간 5천억원 넘는 경영 적자가 발생하는 현실에서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난색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5호선 하남선 연장 개통과 6호선 신내역 신설에 따라 필요한 안전 인력 242명은 서울시에 증원을 건의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지하철 안전과 직결된 기관사 인력 증원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애초 노조가 요구했던 1천명 추가 채용에는 못 미치지만 자구 노력 대신 인력 충원을 우선으로 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임금 인상률은 애초 노조가 제시했던 4%보다 낮은 1.8%로 결정됐다.

사측 관계자는 "임금 인상과 근무 환경 개선 등에서 노조와 사측이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끌어냈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6월부터 끌어온 노사 협상은 약 4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양측은 6월 26일부터 전날까지 무려 31차례에 달하는 교섭을 벌여왔다.
서울 지하철 노사협상 진통 끝 타결…임금피크제 폐지 건의키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8월 22일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지노위 조정이 지난달 6일 중지되자 총파업을 예고하며 이달 11일부터 닷새간 준법투쟁을 벌였다.

파업을 앞두고 노사는 전날 오후 3시부터 본 교섭을 벌여 막바지 합의를 시도했으나 노조는 오후 9시 55분께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예정대로 16일부터 총파업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노조는 예정됐던 교섭 시간인 오후 9시 20분을 넘겨 9시 55분까지 사측이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사측에 화살을 돌렸으나 사측은 협상안을 검토하다 보니 늦어진 것일 뿐이라며 협상 결렬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신경전에도 물밑 협상은 밤새 이어졌다.

결국 이날 오전 3시 개시된 실무 협상에서 양측은 의견 접근에 성공했고, 오전 7시 50분께 본교섭을 재개해 1시간 후인 8시 53분 합의에 이르렀다.

파업 시작을 불과 10분 앞둔 시점이었다.

노조는 애초 이날 오전 6시 30분 기관사부터 파업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교섭 중인 상황을 고려해 9시로 미뤘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지난해에도 임금피크제 폐지와 인력 충원 등으로 줄다리기를 하다 파업 첫날인 12월 27일 오전 6시 50분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