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때 논의" 보도
달러 지배력 약화 우려…美의회 "대책 보고하라" 연준 타박
페북 리브라 겁내는 美연준, '자체 암호화폐' 구상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에 경계심을 느껴 자체 암호화폐 구상을 타진한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글로벌 금융 정책입안자들이 총출동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 총회에서 연준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설계하는 암호화폐는 연준 안팎에서 그간 기괴한 아이디어로 인식됐다.

그러나 전 세계에 20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거느리는 페이스북이 결제용 암호화폐인 리브라의 출시를 기획하자 사고방식이 급변했다.

폴리티코는 민간 기업이 화폐를 만들어 글로벌 결제체계를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을 연준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브라의 출시가 좌절되더라도 다른 대기업이 같은 시도를 할 수 있는 까닭에 결국 연준이 자체 암호화폐를 구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연준에 대책을 제시하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프렌치 힐(공화·아칸소) 하원의원은 "디지털 세계가 어떻게 진화할지 아무도 정확히 모르지만 연준으로서는 준비작업과 분석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대책을 차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빌 포스터(민주·일리노이) 하원의원은 "소비자 결제체계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와 같은 방식으로 자연독점이 될 것"이라며 "다른 어떤 민간 업체보다 미국 납세자나 정부가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온다"고 말했다.

포스터 의원은 파월 연준 의장에게 자체 암호화폐를 만들기 위한 선택지들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한 행사에서 "(암호화폐의 도래는) 불가피한 일"이라며 "거기(암호화폐)에 우리가 직접 손을 대기 시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세일라 베어 전 미국연방보험공사 대표는 미국 상원에 출석해 연준이 암호화폐 때문에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베어 전 대표는 "연준이 급속히 성숙하는 기술에 앞서가지 않으면 법정화폐 체계를 지우려는 민간 부문의 노력이 연준을 앞서게 되면서 금융체계가 망가질 수 있고, 최악에는 통화에 대한 장악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리브라뿐만 아니라 기축통화인 달러를 우회하려는 시도 또한 연준의 암호화폐 구상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관측된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각국 통화로 뒷받침되는 암호화폐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구성하자고 지난 8월 제안했다.

카니 총재는 이 같은 네트워크 구성으로 준비통화인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위안화가 차기 기축통화가 되면 발생할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는 카니 총재뿐만이 아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직을 그만두기 전 중앙은행의 암호화폐 발행에 대해 "공상과학 소설로만 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계 중앙은행들을 대표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은 대다수 중앙은행이 암호화폐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으며 다수가 구상을 넘어 실험과 개념검증으로까지 진도가 나아갔다고 밝혔다.

연준이 암호화폐를 구상한다면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은행을 통하지 않고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질 것이며,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떠받치는 기술에서 영감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