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서울 집값을 더 밀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금리 인하가 실물부문보다는 자산시장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불확실한 시장에서 투자가치가 확실한 서울 부동산시장으로 부동자금이 쏠려 서울 강남지역이나 마포, 용산 등 서울 도심 아파트 집값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며 “1120조원(2년 미만 단기예금)이 넘는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자부담 줄어 서울 도심 집값 단기 상승…과열 우려로 정부 추가규제 내놓을 수도"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도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신규 구매자의 이자 부담 경감효과가 있다”며 “시장 참여자의 서울 쏠림현상이 커 당분간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가는 데에는 한 달 정도 걸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달 은행권의 예·적금이나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를 평균으로 낸 코픽스 금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청약시장에 대한 선호현상도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함영진 랩장은 “금리 인하로 중도금 대출 부담이 줄어든다면 청약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무주택 실수요자의 청약 열기가 더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한은의 금리 인하가 이미 예상돼 은행 조달금리에 상당 부분 반영됐고, 정부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상승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막힌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를 낮춘다고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흘러가진 않을 것”이라며 “거시경제 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에 금리 인하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이나 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지난 11일 시작된 정부의 대대적인 실거래가 및 중개업소 합동조사에 따라 당분간은 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나왔다. 함 랩장은 “11일부터 연말까지 정부의 서울지역 주택구매에 대한 거래 모니터링이 강력한 만큼 거래량은 소강상태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움직임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강남 등 특정지역 부동산시장이 더 과열될 가능성이 있어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정부가 추가 규제를 내놓으면 금리 인하 효과가 상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정철/양길성/정지은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