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산에 '상생 일자리' … 옛 GM공장 전기車 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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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억 투자…24일께 협약식
광주·구미와 달리 中企가 주도
일자리 3500개, 年30만대 생산
초과근무 저축 '계좌제' 도입도
광주·구미와 달리 中企가 주도
일자리 3500개, 年30만대 생산
초과근무 저축 '계좌제' 도입도
정부가 광주광역시, 경북 구미에 이어 세 번째 상생형 일자리 지역으로 전북 군산을 낙점했다. 대기업 중심의 광주(현대자동차) 구미(LG화학)와 달리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옛 한국GM 군산공장과 새만금산업단지에 전기자동차 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정부 부처와 국회, 전라북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4일께 ‘상생형 군산 일자리’ 협약식을 열기로 했다. 450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35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전기차 3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군산형 일자리의 주축은 중소·중견기업과 벤처기업이다. 대기업인 한국GM의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지역경제가 황폐해진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한국GM 공장 부지를 인수한 명신, 전기버스 생산업체 에디슨모터스, 소형 전기차 제작사 대창모터스, 의료용 전기카트 등을 제조·판매하는 엠피에스코리아와 함께 관련 부품사 10여 곳이 참여한다. 생산 차종은 전기버스,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초소형 전기차 등 다양하다.
정부는 자동차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노사 갈등과 고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생협약안도 마련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준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기본급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며 “성과급 비중이 높은 자동차업계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사협상은 업체별로 하지 않고 지역공동교섭을 통해 한다. 노사 갈등이 발생하면 상생협의회 조정안을 수용하도록 한 조항도 포함됐다. 초과근무 시 노동시간을 저축해뒀다가 필요할 때 한꺼번에 쓸 수 있는 ‘근로시간 계좌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군산을 전기車 메카로…중견기업·벤처 16곳, 지역경제 살리기 '특명'
정부의 세 번째 상생형 일자리인 ‘군산형 일자리’는 임금을 낮추는 대신 노동자와 회사에 다양한 혜택을 주는 ‘광주형 일자리’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소·벤처기업 위주로 구성된 입주 기업은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과 재정지원을, 근로자는 임대주택 등 복지 혜택을 받는다. 2017년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이어 지난해 한국GM 공장까지 문을 닫으면서 무너질 위기에 있던 지방 거점도시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군산시 예산의 40% 투자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이 군산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했다. 두 회사의 생산은 지역 총생산액(GRDP)의 68%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군산 인구가 5000명 이상 줄었다. 지역 상권도 완전히 무너졌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전라북도는 GM 공장 부지와 인근 새만금경제자유구역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집중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재정이 많이 소요되더라도 군산이나 창원 등 지방 거점도시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와 군산시가 첫 군산형 일자리 추진 회의를 연 뒤 약 1년 만에 첫 삽을 뜰 정도로 사업은 빠르게 진척됐다. 개별 회사들을 직접 접촉해 중소기업 이전을 도왔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차원의 각종 인센티브를 약속한 덕분이다.
전기버스 생산업체 에디슨모터스 등 네 곳은 새만금 산업단지 1공구에 자리잡는다. 이들 기업 중 한 곳이 오는 12월 착공식을 열 예정이다. 전기차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하는 명신은 한국GM이 떠난 부지에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새 공장을 짓는다. 이 밖에 전기차 부품사 11개가 모여 군산 내 유휴 부지에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 전체 공장 부지만 175만2066㎡에 달한다.
정부는 이곳에서 전기 버스와 트럭, 초소형 전기차 등이 내년 4000대, 2025년엔 연 30만 대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최대 전기차 생산 단지다. 군산시는 1년에 5만~6만 대 정도의 물량을 수주하면 약 1000명의 직·간접 고용 유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금도 적지 않다. 군산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16개 회사의 자체 투자금만 1993억원이다. 금융기관 융자(1420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자금지원(1565억원) 등을 합하면 총 4534억원이 투입된다. 군산시 올해 총예산 1조1000억원의 40% 수준이다.
정부는 취득세 등 세제 지원
정부와 노조, 입주 기업은 추후 노사 분쟁 소지를 줄이기 위해 상생 협약안도 조율하고 있다. 초과근무 시간을 저축해뒀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근로시간 계좌제’ 도입에 합의했다. 여러 원청과 하청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임단협을 하지 않고 공동 교섭을 통해 적정 임금을 찾을 방침이다. 기업은 공동 복지기금을 조성하고 원·하청업체의 수익 공유방안도 마련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노사가 회사 규모에 따라 평균 수준의 임금을 지향한다는 내용에 합의하는 등 선진 임금체계를 갖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금 수준을 낮추는 대신 노동자를 위해 임대주택 등 각종 복지 시설을 지원한다. 거주지와 산단 간에는 셔틀버스를 투입해 노동자의 출퇴근을 돕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1인당 연 수백만원의 현금 지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 기업에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전북자동차기술원(JIAT)과 군산대를 통해 연구개발(R&D) 분야도 지원한다.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충전소 확충과 보조금 확대를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법적 근거가 될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안 통과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법인세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 통과를 위해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24일엔 정부 차원의 협약식도 열린다.
박재원/김우섭/성상훈 기자 wonderful@hankyung.com
16일 정부 부처와 국회, 전라북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4일께 ‘상생형 군산 일자리’ 협약식을 열기로 했다. 450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35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전기차 3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군산형 일자리의 주축은 중소·중견기업과 벤처기업이다. 대기업인 한국GM의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지역경제가 황폐해진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한국GM 공장 부지를 인수한 명신, 전기버스 생산업체 에디슨모터스, 소형 전기차 제작사 대창모터스, 의료용 전기카트 등을 제조·판매하는 엠피에스코리아와 함께 관련 부품사 10여 곳이 참여한다. 생산 차종은 전기버스,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초소형 전기차 등 다양하다.
정부는 자동차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노사 갈등과 고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생협약안도 마련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준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기본급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며 “성과급 비중이 높은 자동차업계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사협상은 업체별로 하지 않고 지역공동교섭을 통해 한다. 노사 갈등이 발생하면 상생협의회 조정안을 수용하도록 한 조항도 포함됐다. 초과근무 시 노동시간을 저축해뒀다가 필요할 때 한꺼번에 쓸 수 있는 ‘근로시간 계좌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군산을 전기車 메카로…중견기업·벤처 16곳, 지역경제 살리기 '특명'
정부의 세 번째 상생형 일자리인 ‘군산형 일자리’는 임금을 낮추는 대신 노동자와 회사에 다양한 혜택을 주는 ‘광주형 일자리’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소·벤처기업 위주로 구성된 입주 기업은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과 재정지원을, 근로자는 임대주택 등 복지 혜택을 받는다. 2017년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이어 지난해 한국GM 공장까지 문을 닫으면서 무너질 위기에 있던 지방 거점도시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군산시 예산의 40% 투자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이 군산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했다. 두 회사의 생산은 지역 총생산액(GRDP)의 68%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군산 인구가 5000명 이상 줄었다. 지역 상권도 완전히 무너졌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전라북도는 GM 공장 부지와 인근 새만금경제자유구역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집중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재정이 많이 소요되더라도 군산이나 창원 등 지방 거점도시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와 군산시가 첫 군산형 일자리 추진 회의를 연 뒤 약 1년 만에 첫 삽을 뜰 정도로 사업은 빠르게 진척됐다. 개별 회사들을 직접 접촉해 중소기업 이전을 도왔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차원의 각종 인센티브를 약속한 덕분이다.
전기버스 생산업체 에디슨모터스 등 네 곳은 새만금 산업단지 1공구에 자리잡는다. 이들 기업 중 한 곳이 오는 12월 착공식을 열 예정이다. 전기차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하는 명신은 한국GM이 떠난 부지에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새 공장을 짓는다. 이 밖에 전기차 부품사 11개가 모여 군산 내 유휴 부지에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 전체 공장 부지만 175만2066㎡에 달한다.
정부는 이곳에서 전기 버스와 트럭, 초소형 전기차 등이 내년 4000대, 2025년엔 연 30만 대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최대 전기차 생산 단지다. 군산시는 1년에 5만~6만 대 정도의 물량을 수주하면 약 1000명의 직·간접 고용 유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금도 적지 않다. 군산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16개 회사의 자체 투자금만 1993억원이다. 금융기관 융자(1420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자금지원(1565억원) 등을 합하면 총 4534억원이 투입된다. 군산시 올해 총예산 1조1000억원의 40% 수준이다.
정부는 취득세 등 세제 지원
정부와 노조, 입주 기업은 추후 노사 분쟁 소지를 줄이기 위해 상생 협약안도 조율하고 있다. 초과근무 시간을 저축해뒀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근로시간 계좌제’ 도입에 합의했다. 여러 원청과 하청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임단협을 하지 않고 공동 교섭을 통해 적정 임금을 찾을 방침이다. 기업은 공동 복지기금을 조성하고 원·하청업체의 수익 공유방안도 마련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노사가 회사 규모에 따라 평균 수준의 임금을 지향한다는 내용에 합의하는 등 선진 임금체계를 갖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금 수준을 낮추는 대신 노동자를 위해 임대주택 등 각종 복지 시설을 지원한다. 거주지와 산단 간에는 셔틀버스를 투입해 노동자의 출퇴근을 돕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1인당 연 수백만원의 현금 지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 기업에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전북자동차기술원(JIAT)과 군산대를 통해 연구개발(R&D) 분야도 지원한다.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충전소 확충과 보조금 확대를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법적 근거가 될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안 통과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법인세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 통과를 위해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24일엔 정부 차원의 협약식도 열린다.
박재원/김우섭/성상훈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