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범죄의 중대성을 감안해 구속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뇌종양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에는 병원명과 의사명이 없고 정형외과에서 발급한 입원증명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건강상 조사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16일 정 교수를 여섯 번째로 소환해 조사했다.
‘깜깜이’ 입원증명서 낸 정경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오후 1시10분께 정 교수를 소환해 조사했다. 정 교수는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의 사퇴 소식을 듣자 조사 중단을 요청하고 피의자신문조서에 날인도 하지 않고 귀가했다. 정 교수가 날인하지 않고 조사를 중단시킨 건 3일 1차 소환 조사 때에 이어 두 번째다.

정 교수 측은 조 전 장관이 사임한 다음날 병원에서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해 ‘불구속 수사’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현재로선 뇌종양·뇌경색 진단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 측이 15일 저녁 검찰에 팩스로 병원명과 의사명, 의사면허번호가 없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입원증명서를 보내왔다”며 “발급한 진료과도 정형외과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발행의사 성명, 면허번호, 소속 의료기관이 기재돼 있는 입원증명서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자료 등을 정 교수 측에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통상 입원증명서는 해당 질병을 보는 과에서 발급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정형외과 의사가 뇌종양·뇌경색을 판단한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 변호인단은 “입원 장소 공개 시 병원과 환자의 피해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가리고 제출하겠다는 뜻을 사전에 검찰에 밝혔다”며 “입원증명서에 있는 정형외과는 피의자가 여러 질환이 있어 협진한 진료과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늦더라도 구속영장 청구”

법조계에선 정 교수의 계속되는 ‘건강이상 증세 호소’와 ‘과도한 조서 열람’ 등은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한두 번으로 끝날 소환 조사를 다양한 사유를 들어 여러 일정으로 쪼개 조사받아 법원으로부터 도주 우려가 낮아 구속 필요성이 낮다는 인식을 갖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 인멸 및 은닉 의혹, 범죄 혐의의 중대성 등에서 명확하게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정 교수는 사모펀드, 자녀 입시, 사학재단 등 조 전 장관 일가 3대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공직자윤리법, 자본시장법, 횡령, 위조사문서 행사, 공무집행방해 등 10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일정이 뒤로 밀리는 것은 정 교수의 ‘수사 지연 전략’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늦어지더라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주가 지날 때까지 구속영장 청구를 안 하더라도 ‘불구속 기소’로 방향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