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패션 재벌'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의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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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시 등 1020 열광하는 '스트리트 패션' 잇단 인수
직원도 얼굴 모르는 은둔의 경영자
돈 되는 사업에 과감히 투자
직원도 얼굴 모르는 은둔의 경영자
돈 되는 사업에 과감히 투자
얼마 전 한 패션 대기업 임원회의에서 ‘권오일’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그는 대명화학 회장이다.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패션업계에서는 ‘핫한’ 인물이다. 대명화학을 통해 인수한 코웰패션은 연 매출 4000억원대 회사가 됐고, 상반기에는 주가가 급등해 증권가에서 화제가 됐다. 대명화학이 거느리고 있는 10여 개 주요 계열사 연간 매출 합계는 1조원이 넘는다.
모다아울렛에 이어 롯데백화점 부평점도 인수했다. 패션시장에서는 최근 1020 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 잇달아 투자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전문몰 무신사가 키워놓은 패션 브랜드마다 권 회장이 손을 내미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회사 직원들조차 얼굴을 잘 모른다는 ‘은둔의 경영자’ 권오일 회장. 그는 패션 제조업체부터 브랜드, 유통망 모두를 갖춘 패션제국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스포츠 이너웨어 시장 선점해 성장
권 회장이 패션업계에 등장한 것은 2015년. 코웰패션을 인수했다. 이후 코웰은 아디다스, 리복, 푸마 등 글로벌 브랜드로부터 속옷 라이선스 사업권을 따냈다. 홈쇼핑에 등장하는 수많은 스포츠 속옷 브랜드 판매자가 코웰이다.
커가는 스포츠 이너웨어 시장에 들어가 성장했다. 이후 아테스토니, 엘르 등의 잡화와 리복, 푸마 등의 의류로 라이선스 사업을 확대했다. 서충우 SK증권 연구원은 “코웰패션은 단순 제조가 아니라 기획부터 제조, 판매까지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특화된 경쟁력이 있는 회사”라고 분석했다. 패션업계가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핫한’ 브랜드를 줄줄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체리 프린트를 크게 넣은 캐주얼 의류 브랜드 키르시, 데님 전문 브랜드 피스워커, 86로드 등이다. PWD라는 계열사를 통해 10여 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자 업계는 긴장했다.
유통업체마다 ‘모셔가기’ 경쟁을 할 정도로 1020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무신사에서 매출을 가장 많이 내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무신사가 키우고 권 회장이 가져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본 필요한 작은 회사 위주 투자
권 회장의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명화학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한 브랜드 관계자는 “권 회장이 ‘앞으로 기업공개(IPO)도 하고 회사가 성장하려면 자본이 필요할 테니 같이 잘해보자’며 투자를 제안해왔다”며 “신생 브랜드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의 이런 움직임은 투자자로서 그의 성격을 보여준다고 지인들은 말한다. 성장 가능성 높은 규모가 작은 회사, 또는 망해가는 회사를 싸게 사들인 뒤 사업을 재편해 큰 수익을 내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올해 초 석정혜 디자이너의 분크 핸드백에 지분투자를 한 것도 ‘요즘 잘나가는 브랜드’에 일찌감치 투자한다는 그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아울렛 등 유통업과 남성 패션 브랜드 사업을 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화장품, 여성복, 식음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잇단 M&A로 회사 몸집 키워
권 회장은 하지만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직원들조차 얼굴을 잘 모른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회계사 출신인 권 회장은 초기에 홈쇼핑 회사에 투자해 사업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창업투자회사 케이아이지(현 대명화학)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2006년 필코전자, 2009년 모다이노칩(당시 이노칩테크놀로지), 2010년 모다(당시 모다아울렛) 등을 차례로 사들였다. 필코전자가 2015년 코웰패션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코웰패션을 상장했다.
한 지인은 “이삭줍기의 대가”라고 표현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회사의 경영권을 싸게 사들여 몸집을 불렸다는 얘기다. 모다이노칩이 그랬다. 아울렛 사업을 벌이면서 씨에프네트웍스, 케이브랜즈 등으로 패션 사업을 불려갔다. 겟유즈드, 닉스 등을 보유한 케이브랜즈뿐 아니라 리복, 아디다스, 푸마 등의 내의를 라이선스로 제작·판매하고 있다.
권 회장은 회계사 출신답게 철저한 계산에 기반해 손해보지 않는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조원대 그룹을 일궜지만 개인 운전기사도 두지 않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모다아울렛에 이어 롯데백화점 부평점도 인수했다. 패션시장에서는 최근 1020 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 잇달아 투자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전문몰 무신사가 키워놓은 패션 브랜드마다 권 회장이 손을 내미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회사 직원들조차 얼굴을 잘 모른다는 ‘은둔의 경영자’ 권오일 회장. 그는 패션 제조업체부터 브랜드, 유통망 모두를 갖춘 패션제국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스포츠 이너웨어 시장 선점해 성장
권 회장이 패션업계에 등장한 것은 2015년. 코웰패션을 인수했다. 이후 코웰은 아디다스, 리복, 푸마 등 글로벌 브랜드로부터 속옷 라이선스 사업권을 따냈다. 홈쇼핑에 등장하는 수많은 스포츠 속옷 브랜드 판매자가 코웰이다.
커가는 스포츠 이너웨어 시장에 들어가 성장했다. 이후 아테스토니, 엘르 등의 잡화와 리복, 푸마 등의 의류로 라이선스 사업을 확대했다. 서충우 SK증권 연구원은 “코웰패션은 단순 제조가 아니라 기획부터 제조, 판매까지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특화된 경쟁력이 있는 회사”라고 분석했다. 패션업계가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핫한’ 브랜드를 줄줄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체리 프린트를 크게 넣은 캐주얼 의류 브랜드 키르시, 데님 전문 브랜드 피스워커, 86로드 등이다. PWD라는 계열사를 통해 10여 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자 업계는 긴장했다.
유통업체마다 ‘모셔가기’ 경쟁을 할 정도로 1020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무신사에서 매출을 가장 많이 내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무신사가 키우고 권 회장이 가져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본 필요한 작은 회사 위주 투자
권 회장의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명화학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한 브랜드 관계자는 “권 회장이 ‘앞으로 기업공개(IPO)도 하고 회사가 성장하려면 자본이 필요할 테니 같이 잘해보자’며 투자를 제안해왔다”며 “신생 브랜드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의 이런 움직임은 투자자로서 그의 성격을 보여준다고 지인들은 말한다. 성장 가능성 높은 규모가 작은 회사, 또는 망해가는 회사를 싸게 사들인 뒤 사업을 재편해 큰 수익을 내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올해 초 석정혜 디자이너의 분크 핸드백에 지분투자를 한 것도 ‘요즘 잘나가는 브랜드’에 일찌감치 투자한다는 그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아울렛 등 유통업과 남성 패션 브랜드 사업을 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화장품, 여성복, 식음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잇단 M&A로 회사 몸집 키워
권 회장은 하지만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직원들조차 얼굴을 잘 모른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회계사 출신인 권 회장은 초기에 홈쇼핑 회사에 투자해 사업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창업투자회사 케이아이지(현 대명화학)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2006년 필코전자, 2009년 모다이노칩(당시 이노칩테크놀로지), 2010년 모다(당시 모다아울렛) 등을 차례로 사들였다. 필코전자가 2015년 코웰패션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코웰패션을 상장했다.
한 지인은 “이삭줍기의 대가”라고 표현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회사의 경영권을 싸게 사들여 몸집을 불렸다는 얘기다. 모다이노칩이 그랬다. 아울렛 사업을 벌이면서 씨에프네트웍스, 케이브랜즈 등으로 패션 사업을 불려갔다. 겟유즈드, 닉스 등을 보유한 케이브랜즈뿐 아니라 리복, 아디다스, 푸마 등의 내의를 라이선스로 제작·판매하고 있다.
권 회장은 회계사 출신답게 철저한 계산에 기반해 손해보지 않는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조원대 그룹을 일궜지만 개인 운전기사도 두지 않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