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낸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73개)의 이사회 내 여성 임원 비율이 3.1%로 순위를 매긴 39개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제한된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5.5%)보다도 순위가 낮았다. 세계 평균(20.6%)과의 격차도 놀랍지만, 더 심각한 것은 세계 평균이 2015년 15.3%에서 5.3%포인트 높아질 때 한국은 오히려 0.8%포인트 낮아진 점이다. 세계적 흐름과 거꾸로 간 것이다.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도 이런 현실이 드러났다. 국내 상장기업 2072곳의 임원 2만9794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4.0%(1199명)에 불과했다. 1407곳(67.9%)은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사회 진출이 늘고 있지만 양성평등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먼 현실을 일깨워준다.

선진국들은 여성 고위직 확대와 남녀 임금격차 완화 등 양성평등 강화, 보육지원 정책 등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여성의 지난해 경제활동참가율은 5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최하위권(32위)이다. 여전히 존재하는 성차별과 유리천장, 경력단절 등이 여성의 승진을 제약하는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성인력 활용은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창의와 혁신의 기업문화 형성을 위해 다양성 확보가 시급해졌다. 일본 시세이도그룹의 우오타니 마사히코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성장 비결을 ‘여성인재의 발굴과 등용’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취임 전 0%이던 여성 이사와 감사 비율을 4년 만에 45%로 끌어올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도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의 해법으로 여성인력 활용을 꼽는다.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