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기자협회는 16일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나온 여성기자에 대한 성희롱 발언은 여성기자와 모든 여성 직업인, 전체 언론인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사안이다"라며 규탄했다.
한국여기자협회는 "성희롱 발언은 취재 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여성기자’를 전문적인 직업인으로도, 동료로도 보지 않고 그저 성희롱 대상으로 본 폭력이자 인권유린이었다"면서 "진행자인 유 이사장은 해당 발언이 방송되는 동안 사실상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기자가 취재를 잘 하면 그것은 취재원이 그 여성기자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인권을 강조해온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라면서 "비록 유 이사장이 방송 말미에 문제를 지적하고 다음날 '즉각 제지하고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그것만으로 해당기자와 여성기자들의 훼손된 명예가 회복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과 해당 기자는 사과문을 낸 데 그치지 말고 해당 유튜브 방송에서 공식 사과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일이 어느 자리에서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 이사장과 해당 기자의 책임 있는 처신을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논란이 가열되자 사과문을 내고 "해당 기자분과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진행자로서 생방송 출연자의 성희롱 발언을 즉각 제지하고 정확하게 지적해 곧바로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다"라고 했다.
전날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알릴레오 방송에 출연한 한 경제신문 기자는 "검사들이 KBS의 A 기자를 좋아해 (조국 수사 내용을) 술술술 흘렸다. 검사들에게 또 다른 마음이 있었을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해 성희롱 논란이 일었다.
이에 다른 출연자가 "좋아한다는 것은 그냥 좋아한다는 것이냐"고 묻자 해당 기자는 "검사가 다른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많이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남녀관계를 이용해 취재를 한 것 같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유 이사장은 이런 대화가 오갈 때 듣고만 있다가 방송이 끝날 무렵 뒤늦게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 KBS 법조팀에서 여기자에 대해 검사들이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넘어갔을 때 '성희롱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여기자협회 공식 입장문 전문.
‘알릴레오’ 여성기자 성희롱 발언, 묵과할 수 없다
한국여기자협회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여성기자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 나온데 대해 여성기자와 모든 여성 직업인, 전체 언론인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사안으로 보고 엄중히 규탄한다.
이 방송에서 현직 기자 등 패널은 “검사들이 KBS 모 기자를 좋아해 (수사 내용을) 술술술 흘렸다” “검사가 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 등 어처구니없는 성희롱 발언을 이어갔다. 취재 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여성기자’를 전문적인 직업인으로도, 동료로도 보지 않고 그저 성희롱 대상으로 본 폭력이자 인권유린이었다. 진행자인 유시민 이사장은 해당 발언이 방송되는 동안 사실상 방관했다.
한국여기자협회는 유시민 이사장에게 묻는다. 여성기자가 취재를 잘 하면 그것은 취재원이 그 여성기자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인권을 강조해온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비록 유 이사장이 방송 말미에 문제를 지적하고 다음날 “즉각 제지하고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그것만으로 해당기자와 여성기자들의 훼손된 명예가 회복될 수는 없다.
한국여기자협회는 해당 발언을 한 기자에게 묻는다. 유능한 여성기자는 여성성을 이용해 정보를 얻는다는 생각은 평소의 여성관을 반영한 것인가. 사석에서 하던 이야기라고 말한 점에서 본인의 언급이 심각히 왜곡된 여성관과 직업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지 않는가.
유 이사장과 해당 기자는 사과문을 낸 데 그치지 말고 해당 유튜브 방송에서 공식 사과해야 한다. 우리는 이같은 일이 어느 자리에서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 이사장과 해당 기자의 책임 있는 처신을 촉구한다.
2019년 10월 16일 한국여기자협회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