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간이나 계속된 조국발 혼돈은 일단 마무리됐다. “조국이 행한 긍정적인 역할도 있었다”고 하면 발끈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는 본의 아니게 평범한 국민들에게 “나라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나라를 맡겨두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우치게 했다. 그는 또한 평범한 국민들을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게 하며 애국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하지만 조국 사태가 여기서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튈지 종잡을 수 없다. 어디서부터 이 나라의 진로가 꼬이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궁금하다면 전영기의 <과유불급 대한민국>을 권한다. 이 책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주요 현안들을 다룬 에세이집이다. 현안 과제들뿐만 아니라 최근까지의 사회 이슈에 대한 언론인의 예리하고 반듯한 시각이 이런 문제들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도와줄 것이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정신을 자주적 민족주의와 민중민주주의란 두 가지로 정의한다. 자주적 민족주의는 한·일 갈등을 이해하는데, 민중민주주의는 이른바 촛불로 대표되는 직접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문재인 정부를 대표하는 이 두 개념은 지난 70여 년 한국 사회가 걸어왔고 지향해 온 것과 맞지 않는다. 이를 두고 저자는 “이 정부가 다스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몸체는 70여 년 세월 동안 개방적 세계주의와 자유시민적 민주주의에 최적화됐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대한민국이 이제껏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과 맞지 않기 때문에 곳곳에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협화음 가운데 하나가 바로 광화문 집회일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왜 지금 혼돈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는가에 대해서도 지향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세와 역사, 한국인의 유전자를 두루 살피건대 대한민국이 나라의 근본으로 삼기에 개방적 자유민주주의 말고는 취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자주적 민중주의는 개방적 자유민주주의 부작용을 치료하는 보완재로서만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덧붙인다. 그런데 보완재를 대체재로 사용할 것을 강제하니 파열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겪는 갈등과 분쟁은 보완재를 대체재로 활용하려는 시도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문재인을 앞섰던 김대중이나 노무현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지향점이 갖고 있는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생존과 상인감각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주변의 권력집단은 자주적 민중주의에 대한 확신이 지나친 나머지 무리수를 둠으로써 한국호는 풍랑 속에서 험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의 혼돈 이유와 배경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공병호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