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는 회계 개혁으로 공인회계사 몸값이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직업윤리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스로 외부감사와 관련한 행동지침을 만들어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한공회는 지난해 10월 회계사가 기업을 감사할 때 지켜야 할 행동기준인 ‘공인회계사 외부감사 행동강령’을 제정했다. 회계사들이 회계 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 행동강령은 감사 대상 기업이 감사의견과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부당한 요구를 할 경우 거부하도록 요구한다. △감사 대상 기업을 상대로 한 알선·청탁 △감사 대상 기업으로부터의 선물·접대 수수 △계약 기간 동안 감사 대상 기업 관계자와 골프장 및 유흥주점 출입(각자 비용부담하는 경우 포함) 등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회계업계의 김영란법’으로 불린다.

행동강령은 감사인의 갑질 행위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감사의견을 볼모로 잡아 감사 보수를 크게 인상하거나 과다한 자료를 요청해선 안 된다. 한공회는 내부에 행동강령 위반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는 신고센터도 두고 운영하고 있다. 감사인이 감사업무를 통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한공회가 이 같은 원칙을 만든 것은 회계사의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회계 개혁을 완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외감법 도입 이후 기업들 사이에선 감사인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특히 감사보수를 크게 인상할 것이란 불안감이 컸다. 새 규제가 요구하는 감사품질 향상을 위해선 그만큼 감사 과정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불가피해서다.

한공회는 최근에도 감사인의 갑질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중경 한공회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상장회사 감사 회계법인 대표자 회의’에서 “앞으로 표준감사시간과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갑질을 하거나 위법 행위를 한 감사인은 영구 퇴출시키겠다”고 경고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