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홍남기 "노동친화정책 속도조절"…월가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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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월가 사람들을 만났을 텐데 이들의 가장 큰 우려가 무엇인가”
“최저임금 인상이나 52시간 근무제처럼 기업 활동에 제한되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경제 설명회(IR)을 가졌습니다. 약 3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날 낮 12시반부터 약 1시간 15분 진행된 설명회에서 홍 부총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감안해서인지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도 등 노동친화적 정책의 속도조절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내년 1월 299인 이하 중소기업에까지 확대 적용되는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서는 곧 정부 차원의 보완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올해 정책의 중심은 경제 활력을 찾는 게 되어야하다”며 “기업들의 목소리를 (위로) 전하겠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습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는 “올해 내로 해결되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설명회에는 약 100여명이 참가했습니다. 다만 홍 부총리의 기조발표가 20분이 넘었고, 질의응답이 동시통역으로 진행돼 하나의 질문을 주고받는 데 10분 가량 걸렸습니다. 이에 따라 질문 하나가 끝날 때마다 자리를 뜨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월가의 리서치회사인 에버코어ISI의 딕 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가 나와서 설명해줘서 감사하다”면서 “한국의 성장률은 솔직히 정부 전망보다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연 2%보다는 낮게 본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홍 부총리의 말을 전합니다.
<기조발표>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많다. 글로벌 성장 둔화와 무역분쟁에 홍콩 시위와 브렉시트, 중동 등 지정학적 위험도 크다. 이들은 모두 다운사이드 리스크다.
-한국은 선진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잠재 성장률은 계속 둔화되고 있으며 출산율은 OECD 최저로 떨어졌다. 또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성장 모멘텀이 감소하고 있고 고정투자와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보다 예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이런 건 OECD 국가나 G20 국가들도 비슷하다. OECD의 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1%다. 다른 수출주도 경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본다.
다만 최근 산업생산, 소비자 심리, 소매판매, 고용 등 지표가 최근에 상승했다. 고용은 8월에 지난 2017년 3월 이후에 가장 많이 늘었다.
-한국 경제는 충분히 회복할 능력이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잠깐 둔화됐지만 21년째 계속되고 있다. 세계 9번째의 충분한 외환보유고도 갖고 있다.
-가계부채가 위험요인으로 지적되지만 LTV, DTI, DSR 등을 도입해서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증가율이 한자리수대로 떨어졌다. 연체율도 낮은 수준이다. IMF는 가계 부채가 단기적인 시스템 리스크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는 WTO 제소와 국산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양국은 상호의존적이었는다. 이 조치가 계속 되면 양국에 모두 상당한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의 조치는 글로벌 밸류 체인(공급망)에도 문제가 된다.
-경기 확장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전년보다 예산을 9.3% 확대할 계획이다. 재정적자는 GDP 대비 1.6% 수준이다. FT는 이런 재정 확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화정책도 완화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에 이어 어제 금리를 또 인하해 1.25%로 낮췄다. <참석자 질의응답>
Q.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최근 한국 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이런 현상이 디스인플레, 혹은 디플레 시작이라고 보는가.
A. 소비자물가가 이제까지 대개 1% 이내 수준에서 증가하다가 지난 9월 -0.4% 기록했다. 주된 요인은 농작물, 유가가 작년 이맘때 대비 현저하게 낮아진 것이다.
농산물은 작황 호조로 하락했고 국제 유가는 안정화된 게 직접적인 요인이다. 일각서 이런 모습 보고 한국 경제가 디플레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지적 있는 것 사실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디플레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으나 디플레 상태나 디플레가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말씀 드린다. 디플레는 장기간에 걸쳐 전 범위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저희가 조사한 품목의 약 20~30% 정도만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이다. 농산물과 유가 제외한 근원물가는 1%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기대인플레도 1.8~2.0%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플레는 경기 침체나 자산 가격 급락을 동반하지만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거나 자산 가격 급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디플레 상황에 있다는 얘기는 적절하지 않다.
종합하면 소비자물가는 2019년에 0%대 중반, 내년에는 1%대 초반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책 당국으로서 늘 경계하지만 디플레에 빠져있다거나 디플레 우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Q.(패트릭 도일 BoA메릴린치 주식영업본부장) 한국의 수출이 지난 몇 분기 동안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때문으로 보인다. 언제쯤 회복 가능할지. 수출 부진 관련 활성화 대책을 갖고 있는가.
A. 수출은 굉장히 중요하다. 작년 12월부터 10개월째 수출이 마이너스인 게 사실이다.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한 가지는 수출의 21% 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가격이 지난해 급락한 게 가장 커.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단가가 작년 대비 30% 이상 떨어지면서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물량은 마이너스는 아니다. 그건 긍정적인 측면이다. 가트너에 의하면 반도체 업황이 내년 상반기에 업턴(up-turn)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반도체 가격이 회복된다면 수출 문제는 조속히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든 것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총 수출의 27%를 차지한다. 중국이 올해 글로벌 경제 여건 등으로 수입을 줄이면서 감소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한국의 대중 수출을 줄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올해 1~9월 수출이 -9.6% 기록했는데 이 중 절반이 중국 때문이다.
대책은 두 가지다. 대외적으로 반도체 업황이 조속히 회복되는 것과 미중 무역갈등 같은 국제적 무역 긴장과 갈등이 조속히 해결되는 매우 중요하다. 두번째는 대내적으로 수출 촉진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들어 다섯 번 수출 촉진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고, 무역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는 중이다.
마지막 한 마디 보탠다면 미국과 중국이 한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데 미-중 무역 갈등이 조속히 타결되는 게 가장 좋은 소식이다. 최근에 이런 뉴스가 있어 이런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Q.(장롱 진 골드만삭스 투자 관리 부문 매니징 디렉터)
오사카서 개최됐던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했을 텐데, 거기서 논의됐던 내용과 관련해 인사이트를 얘기해줄 수 있는지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한국 정부의 관심도도 궁금하다. 정부에서 이런 기업 지배구조 관련 윤리강령이나 스튜어드십코드 등 관련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A. 오사카 G20 회의 결과는 코뮤니케에 잘 나와있다고 생각한다. 하나 보태자면, 당시 가장 쟁점이 됐던 사안은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코뮤니케에 담는 게 쟁점이었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일반적 내용만 코뮤니케에 담겼지만, 당시 많은 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막고 자유무역질서를 확산하고, 비차별적인 무역조치가 행해지는 것과 관련해 많은 회원국들이 공감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여러 수출 제한 조치를 하는 게 후쿠오카 G20 재무장관 회의와 오사카 G20 정상회의 선언문에서의 비차별적 보호무역주의를 없애자는 내용과 배치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일관적으로 얘기해왔다.
ESG 관련 앞으로 이런 환경 친화적인 산업이 미래의 유망한 성장 산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해선 국민연금에서도 관련 기본 지침(가이드라인)을 정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기업의 건전한 경영,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제정했다. 일각에서 한국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하기 위해 이 걸 만든다는 지적이 있지만 제가 알기로는 이런 의도는 전혀 없다는 말씀드린다. 한국에는 국민연금 말고도 110여개 기관이 스튜코드를 도입해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나 지속 가능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Q. (데이비드 흄 키스퀘어캐피털)
앞으로 대외 위험이 몇 달 간 가중된다면 기재부에서는 예산에 대한 조기 집행을 할 계획이 있는지요. 통화 정책도 이에 대해 공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요.
A. 재정 정책의 경우 금년 재정이 9.5% 증가했고 내년에는 9.3%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확장 기조로 예산을 편성했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의 국가채무 비율은 GDP 대비 39.8%로 40% 미만으로 유지될 것이다.
예산은 내년 초부터 조기 집행하려고 한다. 원래 경제 성장 동력이 민간 투자와 소비, 수출에 의해 견인돼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민간 투자 여력이 줄었다. 재정이 선제적으로 그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제 견해보다도 IMF OECD 등 국제기구에서 지금 같은 경제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재정-통화정책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에 이어 어제도 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통화 정책도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피터 마아 포인트스테이트캐피털 매니징 디렉터)
재정 정책이 내년에 9.3%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이 비중이 투자 쪽으로 집중되는 것인지, 소비 진작에 집중되는 것인지 알고 싶다. 지금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친화적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앞으로도 이런 노동 친화 정책을 더 도입할 것인지요.
A. 투자와 소비로 구분해 말씀드린다면 산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대비 투자(R&D 등), SOC 투자에 비중을 많이 뒀다. 즉 투자 쪽에 비중을 더 둬 재원을 배분했다. 참고로 산업 분야에 대한 재정 지원을 27%, R&D 지원을 17%, SOC 지원을 13% 늘려서 예산을 편성했다. 이와 함께 복지 분야 예산도 12%가량 늘렸다. 우리 경제가 가진 양극화나 분배 문제를 해결하고, 저소득층 소득 기반,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이다.
노동 정책 관련해서는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이나 52시간 근무제, 노동 규범에 대해 정책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경제, 기업 등이 발맞춰 흡수, 보조할 수 있는 면도 생각해야 하는데 과거 2년 동안에는 시장 기대보다 다소 빠르게 진행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정부로서는 시장에 부담이 갈 정책은 세밀하고 촘촘하게 보완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저임금을 내년 2.87% 인상으로 결정한 것이다. 또 52시간 근무제 관련해 중소 기업 부담을 줄이는 보완 조치를 병행하려고 한다.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서 몇 가지 비준하지 않은 게 있다. 이번에 ILO 협약 몇 가지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한국 경제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땅히 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속도에 있어서는 기업과 시장의 흡수 능력을 감안하며 가는 보완 작업이 강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딕 립 에버코어ISI 수석 이코노미스트)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거의 없었다. 한국 기업-북한 간 협력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지요.
A. 앞으로 한국 경제와 관련해 북한 비핵화 문제가 잘 진전돼 남북 경협이 본격화한다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변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대북 제재 조치 때문에 남북 간 인도적인 측면에서의 교류 이외에 경제 간 교류는 거의 이뤄질 수 없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진전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고 남북 관계가 진전되고 경협이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기획재정부에서는 물밑에서 대책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한다면 동북아 경협으로까지 확대될 사안이기 때문에 폭발력이 있을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 측면에서 북미 간 진전되고 있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진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파원단 추가 질의 응답>
Q. 내년에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하셨는데 원래 반도체 가격은 해마다 내리는 게 정상적이다. 작년, 재작년이 클라우드 수요 등으로 특이한 상황이었다.
A. 올해 32% 가격이 내려갔는데, 물량이 줄지 않았다. 가트너가 전망하길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내년 2분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내년에 초과 공급이 해소돼 가격 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 측면에서 눈여겨보고 있다.
Q. 일본과의 갈등이 GDP성장에 영향을 준다. 언제쯤 완화되길 기대하는지?
A. 일본이 3개 품목을 수출 규제하지만, 아직까지 부품이나 소재 등의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신고한 기업은 없다. 다만 불확실성에 힘들어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과 일본 공히 피해를 보는 문제다. 빨리 협의를 통해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물밑 노력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WTO 제소로 협의 중인 것 외에도 별도로 여러 통로를 통해 접촉하고 있다. 경제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 이번 22일 일왕 즉위식도 있어서 이낙연 총리가 가는 데 좋은 모멘텀이 될 수 있고, 11월 지소미아 종료 시기도 온다. 어떤 형태든 해 넘기지 말고 기업들의 우려가 해소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금년 넘기지 말고 해소되어야 한다.
내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나 WB, IMF 총회에서 간접적으로 의견을 표시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 문제를 지적할 것이다.
Q. 총리 방일이 긍정적이라고 했는데, 해결 가능하다고 보냐?
A. 예단하지는 못한다. 총리가 아베 총리를 만나기만 한다는 것 자체로도 진전이 아닌가 싶다. 눈여겨 보고 있다.
Q. IMF 세계은행 총회에서 일본 문제를 언급하신다고 했는데 연내 해결에는 오히려 좋지 않은 것 아닌가?
A. 이 문제는 정식으로 '재팬'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거명할 생각은 없고 글로벌 밸류체인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 거론할 것이다. 수출 규제로 치고 받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일이 서로 믿고 분업하는 구조였는데 저런 차별적이고 일방적 조치는 글로벌 밸류체인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 주제의 하나가 글로벌 밸류체인에 대한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글로벌 밸류체인이 손상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Q. 이번 IR에서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 정책 중 공정경제에 대해 그다지 언급하지 않은 것 같다.
A. 공정 경제는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공기와 같은 정책이다. 별도로 강조하지 않아도 앞으로도 꾸준히 해가야 한다. 기조발표에서는 경제 활력ㆍ탄력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맞춰서 메세지를 준비했다.
Q. 활력을 되찾기 위해 공정경제보다는 기업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 것 아닌가.?
A. 올해는 경제 활력을 되찾는 게 정책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많은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기업 의견도 많이 대변해야한다고 본다. 그게 보완돼서 정책이 나가도록 해야 한다.
Q. 노동친화적 정책의 속도가 기대보다 빠르다고 언급했다. 어느 정도가 적정 속도라고 생각하나.
A. 최저임금이 내년 2.87% 오르는 게 대표적이다. 또 제가 합리적 결정을 위해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다시 재구조화하기로 했다. 그런 것으로 시장과 소통하면서 합리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본다.
주 52시간 규제도 내년 1월부터 299인 이하 기업에도 적용되는데 개인적으로는 기업이 상당히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어떤 형태로든 보완할 것이다. 몇개월간 내부 협의를 해왔고 조만간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주52시간 도입 원칙을 견지하겠지만 기업들이 적용할 때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ILO 협약 비준 문제도 있다. 일부 기업에서 부담이 된다고 얘기를 전달해 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OECD 가입국 중 우리만 비준 안한 게 있어서 EU 같은 데에선 비준 압력도 많다. 잘 조율이 되어야 한다. 고용부가 수용 가능한 협약 비준 내용을 만들어 국회에 전달할 것으로 안다.
Q.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평가는?
A. 우리 수출의 40%를 미국과 중국이 차지한다. 무역긴장을 해소하고 완화하는 게 우리나라 경제 활력에 중요하다. 진전을 환영한다. 그러나 정착단계는 아닌 것 같다. 조심스럽게 초기 단계를 지켜봐야 하는 것 같다. 협상이 진전되서 긍정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얘기를 들었는데, 반반인 것 같다. ‘일단 합의해서 다행이며 잘되길 바란다’는 입장과 ‘정치적 이슈가 얽혀 있어 그렇게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약간 우려를 제기하는 분도 있다. 그런 의견을 듣고 간다.
Q. 여기 월가 사람들을 만났을 텐데 이들의 가장 큰 우려가 무엇인가.
A.최저임금이나 52시간 근무제처럼 기업 활동에 제한되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최저임금 인상이나 52시간 근무제처럼 기업 활동에 제한되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경제 설명회(IR)을 가졌습니다. 약 3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날 낮 12시반부터 약 1시간 15분 진행된 설명회에서 홍 부총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감안해서인지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도 등 노동친화적 정책의 속도조절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내년 1월 299인 이하 중소기업에까지 확대 적용되는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서는 곧 정부 차원의 보완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올해 정책의 중심은 경제 활력을 찾는 게 되어야하다”며 “기업들의 목소리를 (위로) 전하겠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습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는 “올해 내로 해결되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설명회에는 약 100여명이 참가했습니다. 다만 홍 부총리의 기조발표가 20분이 넘었고, 질의응답이 동시통역으로 진행돼 하나의 질문을 주고받는 데 10분 가량 걸렸습니다. 이에 따라 질문 하나가 끝날 때마다 자리를 뜨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월가의 리서치회사인 에버코어ISI의 딕 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가 나와서 설명해줘서 감사하다”면서 “한국의 성장률은 솔직히 정부 전망보다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연 2%보다는 낮게 본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홍 부총리의 말을 전합니다.
<기조발표>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많다. 글로벌 성장 둔화와 무역분쟁에 홍콩 시위와 브렉시트, 중동 등 지정학적 위험도 크다. 이들은 모두 다운사이드 리스크다.
-한국은 선진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잠재 성장률은 계속 둔화되고 있으며 출산율은 OECD 최저로 떨어졌다. 또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성장 모멘텀이 감소하고 있고 고정투자와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보다 예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이런 건 OECD 국가나 G20 국가들도 비슷하다. OECD의 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1%다. 다른 수출주도 경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본다.
다만 최근 산업생산, 소비자 심리, 소매판매, 고용 등 지표가 최근에 상승했다. 고용은 8월에 지난 2017년 3월 이후에 가장 많이 늘었다.
-한국 경제는 충분히 회복할 능력이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잠깐 둔화됐지만 21년째 계속되고 있다. 세계 9번째의 충분한 외환보유고도 갖고 있다.
-가계부채가 위험요인으로 지적되지만 LTV, DTI, DSR 등을 도입해서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증가율이 한자리수대로 떨어졌다. 연체율도 낮은 수준이다. IMF는 가계 부채가 단기적인 시스템 리스크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는 WTO 제소와 국산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양국은 상호의존적이었는다. 이 조치가 계속 되면 양국에 모두 상당한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의 조치는 글로벌 밸류 체인(공급망)에도 문제가 된다.
-경기 확장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전년보다 예산을 9.3% 확대할 계획이다. 재정적자는 GDP 대비 1.6% 수준이다. FT는 이런 재정 확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화정책도 완화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에 이어 어제 금리를 또 인하해 1.25%로 낮췄다. <참석자 질의응답>
Q.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최근 한국 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이런 현상이 디스인플레, 혹은 디플레 시작이라고 보는가.
A. 소비자물가가 이제까지 대개 1% 이내 수준에서 증가하다가 지난 9월 -0.4% 기록했다. 주된 요인은 농작물, 유가가 작년 이맘때 대비 현저하게 낮아진 것이다.
농산물은 작황 호조로 하락했고 국제 유가는 안정화된 게 직접적인 요인이다. 일각서 이런 모습 보고 한국 경제가 디플레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지적 있는 것 사실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디플레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으나 디플레 상태나 디플레가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말씀 드린다. 디플레는 장기간에 걸쳐 전 범위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저희가 조사한 품목의 약 20~30% 정도만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이다. 농산물과 유가 제외한 근원물가는 1%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기대인플레도 1.8~2.0%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플레는 경기 침체나 자산 가격 급락을 동반하지만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거나 자산 가격 급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디플레 상황에 있다는 얘기는 적절하지 않다.
종합하면 소비자물가는 2019년에 0%대 중반, 내년에는 1%대 초반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책 당국으로서 늘 경계하지만 디플레에 빠져있다거나 디플레 우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Q.(패트릭 도일 BoA메릴린치 주식영업본부장) 한국의 수출이 지난 몇 분기 동안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때문으로 보인다. 언제쯤 회복 가능할지. 수출 부진 관련 활성화 대책을 갖고 있는가.
A. 수출은 굉장히 중요하다. 작년 12월부터 10개월째 수출이 마이너스인 게 사실이다.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한 가지는 수출의 21% 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가격이 지난해 급락한 게 가장 커.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단가가 작년 대비 30% 이상 떨어지면서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물량은 마이너스는 아니다. 그건 긍정적인 측면이다. 가트너에 의하면 반도체 업황이 내년 상반기에 업턴(up-turn)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반도체 가격이 회복된다면 수출 문제는 조속히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든 것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총 수출의 27%를 차지한다. 중국이 올해 글로벌 경제 여건 등으로 수입을 줄이면서 감소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한국의 대중 수출을 줄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올해 1~9월 수출이 -9.6% 기록했는데 이 중 절반이 중국 때문이다.
대책은 두 가지다. 대외적으로 반도체 업황이 조속히 회복되는 것과 미중 무역갈등 같은 국제적 무역 긴장과 갈등이 조속히 해결되는 매우 중요하다. 두번째는 대내적으로 수출 촉진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들어 다섯 번 수출 촉진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고, 무역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는 중이다.
마지막 한 마디 보탠다면 미국과 중국이 한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데 미-중 무역 갈등이 조속히 타결되는 게 가장 좋은 소식이다. 최근에 이런 뉴스가 있어 이런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Q.(장롱 진 골드만삭스 투자 관리 부문 매니징 디렉터)
오사카서 개최됐던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했을 텐데, 거기서 논의됐던 내용과 관련해 인사이트를 얘기해줄 수 있는지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한국 정부의 관심도도 궁금하다. 정부에서 이런 기업 지배구조 관련 윤리강령이나 스튜어드십코드 등 관련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A. 오사카 G20 회의 결과는 코뮤니케에 잘 나와있다고 생각한다. 하나 보태자면, 당시 가장 쟁점이 됐던 사안은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코뮤니케에 담는 게 쟁점이었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일반적 내용만 코뮤니케에 담겼지만, 당시 많은 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막고 자유무역질서를 확산하고, 비차별적인 무역조치가 행해지는 것과 관련해 많은 회원국들이 공감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여러 수출 제한 조치를 하는 게 후쿠오카 G20 재무장관 회의와 오사카 G20 정상회의 선언문에서의 비차별적 보호무역주의를 없애자는 내용과 배치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일관적으로 얘기해왔다.
ESG 관련 앞으로 이런 환경 친화적인 산업이 미래의 유망한 성장 산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해선 국민연금에서도 관련 기본 지침(가이드라인)을 정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기업의 건전한 경영,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제정했다. 일각에서 한국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하기 위해 이 걸 만든다는 지적이 있지만 제가 알기로는 이런 의도는 전혀 없다는 말씀드린다. 한국에는 국민연금 말고도 110여개 기관이 스튜코드를 도입해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나 지속 가능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Q. (데이비드 흄 키스퀘어캐피털)
앞으로 대외 위험이 몇 달 간 가중된다면 기재부에서는 예산에 대한 조기 집행을 할 계획이 있는지요. 통화 정책도 이에 대해 공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요.
A. 재정 정책의 경우 금년 재정이 9.5% 증가했고 내년에는 9.3%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확장 기조로 예산을 편성했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의 국가채무 비율은 GDP 대비 39.8%로 40% 미만으로 유지될 것이다.
예산은 내년 초부터 조기 집행하려고 한다. 원래 경제 성장 동력이 민간 투자와 소비, 수출에 의해 견인돼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민간 투자 여력이 줄었다. 재정이 선제적으로 그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제 견해보다도 IMF OECD 등 국제기구에서 지금 같은 경제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재정-통화정책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에 이어 어제도 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통화 정책도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피터 마아 포인트스테이트캐피털 매니징 디렉터)
재정 정책이 내년에 9.3%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이 비중이 투자 쪽으로 집중되는 것인지, 소비 진작에 집중되는 것인지 알고 싶다. 지금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친화적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앞으로도 이런 노동 친화 정책을 더 도입할 것인지요.
A. 투자와 소비로 구분해 말씀드린다면 산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대비 투자(R&D 등), SOC 투자에 비중을 많이 뒀다. 즉 투자 쪽에 비중을 더 둬 재원을 배분했다. 참고로 산업 분야에 대한 재정 지원을 27%, R&D 지원을 17%, SOC 지원을 13% 늘려서 예산을 편성했다. 이와 함께 복지 분야 예산도 12%가량 늘렸다. 우리 경제가 가진 양극화나 분배 문제를 해결하고, 저소득층 소득 기반,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이다.
노동 정책 관련해서는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이나 52시간 근무제, 노동 규범에 대해 정책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경제, 기업 등이 발맞춰 흡수, 보조할 수 있는 면도 생각해야 하는데 과거 2년 동안에는 시장 기대보다 다소 빠르게 진행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정부로서는 시장에 부담이 갈 정책은 세밀하고 촘촘하게 보완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저임금을 내년 2.87% 인상으로 결정한 것이다. 또 52시간 근무제 관련해 중소 기업 부담을 줄이는 보완 조치를 병행하려고 한다.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서 몇 가지 비준하지 않은 게 있다. 이번에 ILO 협약 몇 가지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한국 경제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땅히 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속도에 있어서는 기업과 시장의 흡수 능력을 감안하며 가는 보완 작업이 강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딕 립 에버코어ISI 수석 이코노미스트)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거의 없었다. 한국 기업-북한 간 협력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지요.
A. 앞으로 한국 경제와 관련해 북한 비핵화 문제가 잘 진전돼 남북 경협이 본격화한다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변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대북 제재 조치 때문에 남북 간 인도적인 측면에서의 교류 이외에 경제 간 교류는 거의 이뤄질 수 없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진전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고 남북 관계가 진전되고 경협이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기획재정부에서는 물밑에서 대책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한다면 동북아 경협으로까지 확대될 사안이기 때문에 폭발력이 있을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 측면에서 북미 간 진전되고 있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진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파원단 추가 질의 응답>
Q. 내년에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하셨는데 원래 반도체 가격은 해마다 내리는 게 정상적이다. 작년, 재작년이 클라우드 수요 등으로 특이한 상황이었다.
A. 올해 32% 가격이 내려갔는데, 물량이 줄지 않았다. 가트너가 전망하길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내년 2분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내년에 초과 공급이 해소돼 가격 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 측면에서 눈여겨보고 있다.
Q. 일본과의 갈등이 GDP성장에 영향을 준다. 언제쯤 완화되길 기대하는지?
A. 일본이 3개 품목을 수출 규제하지만, 아직까지 부품이나 소재 등의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신고한 기업은 없다. 다만 불확실성에 힘들어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과 일본 공히 피해를 보는 문제다. 빨리 협의를 통해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물밑 노력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WTO 제소로 협의 중인 것 외에도 별도로 여러 통로를 통해 접촉하고 있다. 경제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 이번 22일 일왕 즉위식도 있어서 이낙연 총리가 가는 데 좋은 모멘텀이 될 수 있고, 11월 지소미아 종료 시기도 온다. 어떤 형태든 해 넘기지 말고 기업들의 우려가 해소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금년 넘기지 말고 해소되어야 한다.
내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나 WB, IMF 총회에서 간접적으로 의견을 표시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 문제를 지적할 것이다.
Q. 총리 방일이 긍정적이라고 했는데, 해결 가능하다고 보냐?
A. 예단하지는 못한다. 총리가 아베 총리를 만나기만 한다는 것 자체로도 진전이 아닌가 싶다. 눈여겨 보고 있다.
Q. IMF 세계은행 총회에서 일본 문제를 언급하신다고 했는데 연내 해결에는 오히려 좋지 않은 것 아닌가?
A. 이 문제는 정식으로 '재팬'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거명할 생각은 없고 글로벌 밸류체인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 거론할 것이다. 수출 규제로 치고 받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일이 서로 믿고 분업하는 구조였는데 저런 차별적이고 일방적 조치는 글로벌 밸류체인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 주제의 하나가 글로벌 밸류체인에 대한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글로벌 밸류체인이 손상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Q. 이번 IR에서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 정책 중 공정경제에 대해 그다지 언급하지 않은 것 같다.
A. 공정 경제는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공기와 같은 정책이다. 별도로 강조하지 않아도 앞으로도 꾸준히 해가야 한다. 기조발표에서는 경제 활력ㆍ탄력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맞춰서 메세지를 준비했다.
Q. 활력을 되찾기 위해 공정경제보다는 기업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 것 아닌가.?
A. 올해는 경제 활력을 되찾는 게 정책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많은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기업 의견도 많이 대변해야한다고 본다. 그게 보완돼서 정책이 나가도록 해야 한다.
Q. 노동친화적 정책의 속도가 기대보다 빠르다고 언급했다. 어느 정도가 적정 속도라고 생각하나.
A. 최저임금이 내년 2.87% 오르는 게 대표적이다. 또 제가 합리적 결정을 위해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다시 재구조화하기로 했다. 그런 것으로 시장과 소통하면서 합리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본다.
주 52시간 규제도 내년 1월부터 299인 이하 기업에도 적용되는데 개인적으로는 기업이 상당히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어떤 형태로든 보완할 것이다. 몇개월간 내부 협의를 해왔고 조만간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주52시간 도입 원칙을 견지하겠지만 기업들이 적용할 때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ILO 협약 비준 문제도 있다. 일부 기업에서 부담이 된다고 얘기를 전달해 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OECD 가입국 중 우리만 비준 안한 게 있어서 EU 같은 데에선 비준 압력도 많다. 잘 조율이 되어야 한다. 고용부가 수용 가능한 협약 비준 내용을 만들어 국회에 전달할 것으로 안다.
Q.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평가는?
A. 우리 수출의 40%를 미국과 중국이 차지한다. 무역긴장을 해소하고 완화하는 게 우리나라 경제 활력에 중요하다. 진전을 환영한다. 그러나 정착단계는 아닌 것 같다. 조심스럽게 초기 단계를 지켜봐야 하는 것 같다. 협상이 진전되서 긍정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얘기를 들었는데, 반반인 것 같다. ‘일단 합의해서 다행이며 잘되길 바란다’는 입장과 ‘정치적 이슈가 얽혀 있어 그렇게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약간 우려를 제기하는 분도 있다. 그런 의견을 듣고 간다.
Q. 여기 월가 사람들을 만났을 텐데 이들의 가장 큰 우려가 무엇인가.
A.최저임금이나 52시간 근무제처럼 기업 활동에 제한되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