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탈원전 추진하는 원전기업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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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은 질의을 받은 기관장 중 한 명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입니다.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은 한수원을 비롯해 발전5사, 한전원자력연료 등 여러 곳이었지만 밤 늦게까지 이어진 질문 중 상당부분이 정 사장에게 집중됐지요. 그만큼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관심이 많다는 방증일 겁니다.
정 사장의 답변은 ‘줄타기’로 요약됩니다. 세계 최대 원전건설·운영기관 중 하나의 최고경영자(CEO)이지만 국정 과제(탈원전)에 보조를 맞춰야 할 공공기관장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자유한국당 의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런 모습이 수 차례 연출됐습니다.
김기선 의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경제성 분석이 잘못 됐다”고 지적하자 정 사장은 “공기업 CEO로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를 수밖에 없다. 숫자를 조작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에 따르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이종배 의원이 “신형 경수로 APR1400 원전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취득하는 쾌거를 이뤘는데 포상은 했느냐”고 묻자 정 사장은 즉각 “고생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말에 포상하겠다”고 했습니다. 회사명에서 ‘원자력’ 이름을 빼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과 관련해선 “사명 변경 작업을 실질적으로 중단했다”고 답했지요. 한국수력원자력이란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정유섭·윤한홍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은 좀 더 유화적인 태도로 해석됐습니다. 두 의원이 “정부가 백지화한 신한울 3,4호기를 다시 가동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는데 정 사장은 “신한울 3,4호기는 취소가 아니라 보류 상태”라고 답변했지요. 그는 “작년 6월15일 한수원 이사회를 열 때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발전허가까지 난 상태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이 결정도 쉽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 “한수원은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한다. 정부와 국회에서 새로운 결정을 내리면 따를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건설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추후 정부 및 국회 결정에 따라 건설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수 차례에 걸쳐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백지화된 게 맞다”고 강조해온 것과 다른 맥락입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해선 여당 내에서도 여러 번 다른 목소리가 나온 상태입니다. 여론도 탈원전 반대 쪽이 우세하지요. 2022년 차기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든 안되든 탈원전 정책은 상당 수준 수정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란 분석이지요. 현실적인 대안이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정 사장의 국감 발언들은 한수원 CEO로서의 입장 뿐만 아니라 이런 미래 전망까지 반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문제는 원전 및 부품 생태계가 향후 2~3년 간 제대로 버틸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전문인력이 속속 빠져나가고 있는데다 상당수 부품사들은 도산 위기에 빠져 있지요. 원전건설 수출의 명맥도 끊겼습니다.
장석춘 의원은 “회사 이익을 추구해야 할 기업 CEO가 정권 방침을 이유로 오히려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 한수원 임원 및 이사회는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일침을 놨습니다.
1만2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국내 최대 ‘원전 공기업’ 최고경영자의 고민이 갈수록 커질 것 같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정 사장의 답변은 ‘줄타기’로 요약됩니다. 세계 최대 원전건설·운영기관 중 하나의 최고경영자(CEO)이지만 국정 과제(탈원전)에 보조를 맞춰야 할 공공기관장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자유한국당 의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런 모습이 수 차례 연출됐습니다.
김기선 의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경제성 분석이 잘못 됐다”고 지적하자 정 사장은 “공기업 CEO로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를 수밖에 없다. 숫자를 조작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에 따르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이종배 의원이 “신형 경수로 APR1400 원전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취득하는 쾌거를 이뤘는데 포상은 했느냐”고 묻자 정 사장은 즉각 “고생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말에 포상하겠다”고 했습니다. 회사명에서 ‘원자력’ 이름을 빼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과 관련해선 “사명 변경 작업을 실질적으로 중단했다”고 답했지요. 한국수력원자력이란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정유섭·윤한홍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은 좀 더 유화적인 태도로 해석됐습니다. 두 의원이 “정부가 백지화한 신한울 3,4호기를 다시 가동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는데 정 사장은 “신한울 3,4호기는 취소가 아니라 보류 상태”라고 답변했지요. 그는 “작년 6월15일 한수원 이사회를 열 때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발전허가까지 난 상태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이 결정도 쉽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 “한수원은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한다. 정부와 국회에서 새로운 결정을 내리면 따를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건설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추후 정부 및 국회 결정에 따라 건설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수 차례에 걸쳐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백지화된 게 맞다”고 강조해온 것과 다른 맥락입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해선 여당 내에서도 여러 번 다른 목소리가 나온 상태입니다. 여론도 탈원전 반대 쪽이 우세하지요. 2022년 차기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든 안되든 탈원전 정책은 상당 수준 수정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란 분석이지요. 현실적인 대안이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정 사장의 국감 발언들은 한수원 CEO로서의 입장 뿐만 아니라 이런 미래 전망까지 반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문제는 원전 및 부품 생태계가 향후 2~3년 간 제대로 버틸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전문인력이 속속 빠져나가고 있는데다 상당수 부품사들은 도산 위기에 빠져 있지요. 원전건설 수출의 명맥도 끊겼습니다.
장석춘 의원은 “회사 이익을 추구해야 할 기업 CEO가 정권 방침을 이유로 오히려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 한수원 임원 및 이사회는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일침을 놨습니다.
1만2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국내 최대 ‘원전 공기업’ 최고경영자의 고민이 갈수록 커질 것 같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