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의원은 "지난 2일 첫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지점이 바로 DMZ다"라면서 "군부대에서 잔반을 먹이며 사육한 돼지들이 감염되자, 이 감염된 돼지들을 인근 강에 버려 DMZ에 오염원을 전파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즉, DMZ 곳곳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야생 멧돼지는 현재까지 7마리이고, 이 중 민통선 안에서 발견된 개체 수는 5마리이며, 나머지 2마리의 발견 장소는 비무장지대(DMZ) 안쪽 1마리, 민통선 남쪽 1마리다. 원 의원은 "정부는 이러한 가능성을 예단하지 못한 채, 통일부·국방부·행안부·문체부·환경부 등 다섯 개 부처의 협의를 통해 6월 1일 철원 DMZ 평화둘레길을 개장하고, 이어 8월 10일, 파주 DMZ 평화둘레길을 개장했다"면서 "그 후 9월 17일,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첫 발견되자 부랴부랴 운영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원유철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DMZ 평화의 길 조성·개방과 관련하여, 사전에 △탐방객 안전·편의 조치 △조성현황 등을 부처 간 수시로 협의하며 대국민 개방에 필요한 철저한 준비 하에 개방·운영했다고 돼 있다.
정부는 DMZ 내 출입하는 모든 차량에 대해서는 6월부터 통일대교 U자형 차량소독기(파주), 통제초소(진출입 2개소) 소독장비(철원) 등을 설치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위한 소독을 실시했다고 한다.
원 의원은 "철원·파주의 DMZ 평화둘레길 개장은 모두 2019년 5월 초, 북한이 세계동물기구(OIE)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병을 공식적으로 신고한 후에 이루어졌고, DMZ 평화둘레길을 통해 하루에 40명 이상의 인원이 DMZ 안쪽을 방문하고, 차량이 드나든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장 전에 이곳을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 가능성을 진단하여 확실한 방역에 나서거나, 개장 시기를 조율했어야 했다"면서 "정부는 성급하게 평화둘레길을 개장했고, 정부는 소독 절차를 거쳤다고 하나, 이마저도 미진하여 결국 평화둘레길은 감염 통로길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통일부는 DMZ 평화둘레길 개장을 위한 협의체에 남북협력기금 편성 등 예산을 지원하기 위하여 참여했으며, 협의 과정에서 환경부 등 다른 부처로부터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병 현황, 남한으로의 유입 가능성, 이에 따른 방역 정보를 공유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전적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북한과의 방역 협력이나, 2018년 평양 남북공동선언 합의문 2조 4항에 따른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협력 강화 조항 이행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했다.
통일부 자료에 의하면 2019년 농축산‧산림‧환경 협력에 편성된 남북협력기금이 총 2,906억 9,800만원인데, 이 중 집행한 것은 0원으로 드러났다. 원 의원은 이를 두고 "통일부는 남북 관계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북한과의 전염성 질병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협력을 책임져야 하는데, 그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원 의원은 "통일부는 남북 관계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보다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했으면, 아프리카돼지열병 남한으로의 확산을 막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과 책임감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면서 "DMZ 평화둘레길 재개장 및 운영에 있어서, 환경부 등 다른 부처와의 정보 공유 및 협력을 통해 다시는 평화둘레길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 통로길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