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소비가 지난달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월가는 제조업에 이어 소비도 이상 징후를 보일 경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지난 9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3% 줄었다고 발표했다. 월가 예상치(0.3% 상승)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린지 피그자 스티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메모에서 “9월 소매판매 감소는 자동차 구매가 8월 1.9% 증가했다가 9월 0.9% 감소로 떨어진 데 크게 기인한다”며 “낮아진 유가로 인해 휘발유 판매도 0.7% 줄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와 휘발유 소비를 뺀 근원 9월 소매판매는 전달과 변동이 없었다.

마이클 피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소매판매가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판매는 0.3% 감소해 올 들어 처음 줄었다. 전자기기 및 가전 판매는 애플 아이폰11 출시에도 힘을 받지 못하고 전달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의류 매출은 1.3% 증가했으며 식당·주점 매출도 0.2% 늘었다.

소비 둔화엔 미·중 무역전쟁으로 관세가 인상돼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됐다. 미 행정부는 지난 9월 1일 112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5% 관세를 새로 부과했다. 이들 품목은 상당수가 소비재여서 일부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와 관련한 다른 지표들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8월 개인소비지출(PCE)은 한 달 전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쳐 월가 예상(0.3% 증가)에 못 미쳤을 뿐 아니라 7월(0.5% 증가)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계속 둔화하고 있다.

이날 미 중앙은행(Fed)이 내놓은 경기 진단도 다소 후퇴했다. Fed는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 경제가 ‘다소 미약한’(slight-to-moderate)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6~8월 베이지북에서 성장세를 ‘완만한’(modest) 수준으로 평가했던 것보다 한 단계 낮춘 셈이다.

미국의 소비는 그동안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만에 최저로 떨어진 실업률과 2%에도 못 미치는 물가 등에 기반해 견조하게 유지돼 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