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직원 960명도 노사 합의만으로 무기계약직에서 일반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정규직에 걸맞은 능력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사원 지적을 받은 서울교통공사와 비슷한 사례가 또 드러난 것이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노동존중 2단계 계획에 의한 무기직의 정규직 전환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공기업 중 12곳에서 2643명이 일반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 중 서울교통공사 1285명을 비롯 서울시설공단 570명, SH공사 390명은 노사 합의에 따라 별도 절차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설공단은 전환 인원 687명 중 570명을 평가 절차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나머지인 기술직 117명은 자격증 보유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밝혀졌다. SH공사는 노사 합의로 평가 절차 없이 무기계약직 390명 전체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서울산업진흥원 등 나머지 9개 기관은 대부분 노사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환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전환 절차를 밟았다. 이들 공기업의 전환심사위원회는 서면·심층면접이나 평가표에 따른 경력·근무평점, 전환 대상자의 성과나 업무계획서 등을 기초로 심사했다.

서울시설공단과 SH공사의 정규직 전환 방식은 감사원이 지난달 지적한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 방식과 비슷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당시 서울교통공사 감사 결과에서 “지방공기업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일체의 평가 등 능력의 실증 절차 없이 2018년 3월 무기계약직 1285명 전원을 일반직으로 신규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무기계약직과 일반직은 채용 절차나 시험 난이도 등도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며 “일반직에 적합한 능력의 실증을 거쳐 전환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경영진과 근로자, 외부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법령을 준수하는 전환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을 3년 뒤 승진시키면서 시험 수준을 무기계약직 공채 수준으로 해 변별력이 미흡했다는 지적 사항도 있었다.

서울시는 대부분 청소나 경비 등의 단순 업무를 담당하는 무기계약직이 일반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어서 개인별 평가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전원 전환은 서울시의 기본 방침”이라며 “일부 기관에서 실시한 평가도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 결과에 따라 전환 후 직급과 호봉을 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 개 기관에서) 별도 평가 없이 전환한 것은 소관사무(일반직 전환 대상자들이 맡은 업무)가 단순하고 비슷했기 때문”이라며 “인건비가 제한된 탓에 전환 인력의 처우 개선 수준을 두고 기존 인력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노사 협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