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세대(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현재 50대)’와 그 이후 세대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서로 극명하게 다른 시대를 경험했다. 586세대가 대학생이던 1980년대 시대적 화두는 ‘민주화’였다. 이들을 상징하는 가장 큰 사건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이다. 반면 이후 497세대(40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80년대 초반 이후 출생)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가 청년기에 가장 큰 기억으로 각인됐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집단적 경험이 이들의 정체성을 형성했고 세대별로 다른 성향으로 표출됐다”고 말했다.

586세대와 그 이후 세대의 성향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인기 학과의 변화다. 586세대는 각기 다른 경로로 ‘기득권’을 지향했다. 문과는 법조인, 정치인을 선호했고 이과는 첨단 분야의 전문가를 꿈꿨다. 하지만 두 번의 외환위기를 거치고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이후 세대는 안정지향적 성향이 강해졌다. 문과생들은 자격증을 따기 쉬운 학과에 몰렸고 대기업 사원과 공무원이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했다. 이과에서 의사가 절대적 인기 직종이 됐다.

문과에선 2000년대 이후 경영학과, 사범대학 선호가 강해졌다. 이과에선 1994년까지 서울대 물리학과가 입학성적 1위를 차지하다가 1995년 서울대 의예과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청년 세대는 갈수록 심한 경쟁 피로감과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이른바 ‘안정된 자리’는 더 좁아졌다.

추가영/박종관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