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도요타의 딜레마
도요타자동차가 지난 10일 올해 노사협상을 끝냈다. 봄철에 마무리하는 임금협상을 10월까지 연기한 건 50년 만에 처음이다. 봄철 협상에서 도요다 아키오 최고경영자(CEO)가 상여금 일괄 지급에 반대해서다. 도요다 CEO는 당시 “도요타가 지금 사느냐 죽느냐의 생사기로에 서 있는 상황을 (노조 측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노조 측의 비협조에 분노했다고 한다.

일본 기업의 상징이었던 연공서열과 종신 고용의 대표적 기업이 도요타다. 2차대전 직후 단행한 감원을 둘러싼 쟁의가 대규모로 번져 도요다 기이치 창업자가 사임한 전력도 있다. 그 이후 노사협조 노선을 70년 이상 견지해온 기업이 노사갈등을 빚은 것이다. 지난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에 연매출 30조엔을 돌파,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도요타가 기업 존폐를 얘기한다니 깜짝 놀랄 만한 일이다. 그만큼 도요다 CEO의 미래에 대한 절박한 심정이 읽힌다.

종신고용제 폐지 깊은 고민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이를 두고 “50대가 주축인 회사에서 중간관리자와 고위관리자를 향한 경고였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비즈니스 환경이 크게 달라진 상황이다. 자동차 전자화와 자율주행차의 대두로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디젤차 운행을 금지하는 유럽 도시들이 생긴다. 각국마다 내연기관차를 줄이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당장이라도 상용화할 태세다.

기존 자동차업계의 조직과 관행으로는 경쟁력이 생겨날 수 없는 구조다. 성장 부문에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고 간접 부문에선 인력이 넘친다. 당장 인공지능(AI)이나 새로운 소프트웨어에 해박한 20~30대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서야 한다. 기존 경기변동에 따른 고용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도요다 CEO가 “운명의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라며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언급한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요타의 50대들이 종신 고용을 들먹이면 CEO로선 경영의 한계에 부딪힌다. 그렇다고 그들의 업력이나 회사 공헌 등을 간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도요타의 고민이 있다.

인재 확보에 고용유연성 시급

도요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북미공장 6개를 폐쇄하고 해외 공장도 차츰 줄여나가고 있다. 메리 바라 GM CEO는 전기차 인공지능으로 나아가는 마당에 인력 문제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차례 하고 있다. GM은 올가을에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려는 계획을 내놨지만 결국 철회했다. 폭스바겐 등 독일차 업계도 새 패러다임을 향한 고용 조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넓게 보면 대부분 업종에서 기술 환경의 변화가 가져다주는 충격이 직접 미치고 있다. 중국 선전이나 인도 벵갈루루의 평균 연령은 30세다. 벵갈루루의 평균 창업 연령은 26.7세라고 한다. 이런 국가는 인구가 젊고 신진대사가 빠르며 기술 적응도가 뛰어나다. 중국, 인도는 이미 기업의 절반이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미래 경쟁력인 기민성과 순발력을 가진 핵심 인재를 얼마만큼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산업 헤게모니가 결정되고 기업의 존폐가 결정되는 마당이다. 핵심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매력적인 환경 구축이 지금 기업들의 필요조건이다. 이를 위해선 고용 유연성이 절대적이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