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역시 일제히 존슨 총리 합의안에 반발
英 의회 통과 열쇠 쥔 DUP "브렉시트 합의안 지지 못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7일 (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도달했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한 영국 정치권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영국 하원 승인투표(meaningful vote)의 키를 쥔 민주연합당(DUP)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영국 잔류를 원하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DUP는 2017년 조기 총선에서 과반을 상실한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이른바 '신임과 공급'(confidence and supply) 합의를 통해 DUP가 보수당의 각종 핵심 법안을 지지하는 대신 보수당은 북아일랜드 인프라와 보건, 교육 등을 위해 10억 파운드(약 1조5천억원)를 추가 지출하기로 했다.

영국 하원에서 10석을 확보한 DUP는 그러나 기존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포함된 이른바 '안전장치'(backstop)에 반발하면서 승인투표에서 번번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존슨 총리의 새 브렉시트 합의안 내용이 전해진 뒤에도 DUP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DUP는 "이번 합의안은 벨파스트 평화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의 신성함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북아일랜드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고 밝혔다.

벨파스트 평화협정은 1998년 4월 10일 당시 블레어 영국 총리와 아언 아일랜드 총리의 중재로 북아일랜드 신·구교도 정파 사이에 체결된 평화 협정이다.

이 협정으로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주장해 온 구교계와 영국 잔류를 고수해 온 신교계 간에 1969년 이래 계속된 유혈분쟁이 종결됐다.

DUP는 오는 19일 예상되는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가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하기 위한 오랜 절차의 시작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DUP뿐만 아니라 영국 주요 야당들도 일제히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존슨 총리는 이미 압도적으로 부결된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합의안보다 더 나쁜 안을 협상했다"면서 "이는 나라를 하나로 통합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거부돼야 한다.

브렉시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종 결정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英 의회 통과 열쇠 쥔 DUP "브렉시트 합의안 지지 못해"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 겸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만약 존슨 총리의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면 브렉시트가 더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스터전 수반은 "이번 합의안은 EU, EU의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에서 스코틀랜드를 제외하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의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NP가 승인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스터전 수반은 "브렉시트 취소라는 대안이 있다"면서 의원들이 합의안이냐 '노 딜' 이냐의 양자택일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스위슨 자유민주당 대표는 "존슨 총리가 메이 총리의 합의안과 비슷한 것을 가지고 되돌아왔다"면서 "그러나 이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통해 경제에 더 큰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