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조 한류스타. 꽃미남. 몸짱…배우 권상우의 수식어였다. 몸매와 피부 관리를 위해 술자리도 피하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던 권상우였다. 영화 '두번할까요' 속 권상우도 세월을 비껴간 탄탄한 복근과 외모를 자랑한다. 그런데도 지질한 남편부터 허세 넘치는 회사원, 팬티쇼까지 연출하며 여과 없이 망가진다. 작품을 마친 권상우는 "작품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말로 그동안의 시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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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가 연기한 현우는 다정하고 살림도 잘하던 남편이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내 선영(이정현)에게 질려 황당한 이혼식까지 들어주며 홀로서기에 나선 캐릭터다. 영화 '탐정'을 통해 특유의 유머와 위트를 인정받았던 권상우는 '두번할까요'에서도 자연스러운 코미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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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툭툭 던지는 말 하나하나가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매력을 가진 권상우다. 여기에 최근엔 물오른 코믹 연기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코믹 연기 비법에 대해 권상우는 "내려놓으면 된다"며 "관객들도 아닌 척 하는건 지 아닌지 다 안다"며 나름의 연기 철학을 전했다.
현우를 연기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극 초반부 현우는 꿈꿔왔던 싱글라이프를 실현하며 광란의 팬티쇼를 선보인다. 영화에서는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하루 내내 찍으며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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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은 것도 다 먹고, 회식도 가고, 정말 편하게 촬영했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나뭇잎에 손을 닦는다거나 하는 건 제 실제 모습이기도 하고요. 설렁탕을 먹는 장면에서 선영에게 혼나는 건, 저 역시 와이프(손태영)에게 그럴 때가 있어서 그런 부분들이 찍으면서도 공감이 됐어요."

"자녀들이 주는 행복이 커요. 아이들이 하는 아무것도 아닌 표정, 말투로도 부부가 하나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촬영을 마친 후 제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부분도 심리적인 안정을 주고요.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제 모습은 없었겠죠. 많이 망가졌을 거 같아요."
극중 현우를 연기하며 "너무 망가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도 권상우는 "다른 작품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면서 역할 그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러면서 "멋진 건 차기작에서 나온다"며 '두번할까요' 개봉 후 3주 만에 선보이게 될 차기작 '신의 한수-귀수편'를 깨알같이 홍보하는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강렬한 액션, 애절한 멜로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 갈증이 있던 차에 '귀수'를 만나게 됐어요. 난생처음으로 식이조절도 하면서 몸도 만들었어요. '두번할까요'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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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3편의 작품을 찍었어요. 이전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저에게도 도전이죠. '두번할까요'는 그 3개 중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작품이예요. 입시 시험을 보는 것처럼 결과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긴장돼요. 데뷔 때보다 더 긴장되는 것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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