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여 마셨다던 '세인트존스워트'
꽃·잎 추출물 신경안정 기능 탁월
肝 질환자는 복용 주의해야

많은 사람이 무기력증을 겪지만 병으로 여기진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죠. 우울증이나 불면증처럼 약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지 못하고 속을 끓이게 되죠.
이런 모호한 환자 수요를 간파한 제약사가 있습니다. 동국제약입니다. 이 회사는 최근 무기력증 개선제 마인트롤(사진)을 출시했는데요. 먹으면 마인드 컨트롤이 될 것처럼 이름도 찰떡같이 지었네요. 주성분은 세인트존스워트, 우리말로 성 요한 풀로 불리는 유럽 식물입니다. 과거 유럽에서 수도사들이 차로 달여 마셨는데, 수도원 생활이 무기력할 때 세인트존스워트 차를 마시고 좋아졌다고 해서 ‘해피 허브’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세인트존스워트 추출물은 신경 안정 작용이 탁월해 해외에서도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중년 여성의 갱년기 치료제로 유명한 훼라민큐가 세인트존스워트를 원료로 제조됐습니다.
훼라민큐에는 세인트존스워트와 천연 여성호르몬제로 불리는 식물 서양승마 추출액이 들어있는데요. 훼라민큐로 히트를 친 동국제약이 세인트존스워트의 여러 가지 효능을 살펴보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트렌드는 무기력이니까요.
동국제약은 마인트롤의 주요 타깃층을 40대 남성으로 잡았습니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유독 40대 남성에게서 무기력증이 많았다면서 말이죠. 중장년 여성층의 전유물인 갱년기약을 재창조해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다니 실로 마케팅의 귀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인트존스워트에는 히퍼포린과 히페리신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요, 히퍼포린은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 호르몬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히페리신은 세로토닌 분해 효소의 분비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동국제약은 마인트롤이 체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분비를 조절해 무기력증과 불안 및 우울 증상을 개선해준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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