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3040 남성들이 유통가 '큰손'으로 등극했다. 경기 불황에도 30~40대 이남성 고객의 씀씀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왕성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른바 '그루밍족(grooming族)' 확산 효과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와 주 52시간제 정착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남성고객 비중은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남성 고객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구매 고객 중 남성 고객의 비율(인원 기준)은 2016년 25%에서 지난해 31%로 뛰었다.

롯데백화점 우수 고객(MVG)에서도 남성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약 25.5%였던 MVG 남성고객 비중은 2017년에는 26%, 2018년에는 27.3%로 늘어났다.

남성고객의 구입 품목도 화장품, 해외명품 등이 우선 순위로 올랐다. 남성 우수 고객의 구매 상품군 순위(매출 기준)는 2017년 가전·남성의류·아웃도어 순이었으나 올해(1~9월)의 경우 가전·화장품·해외명품 순으로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남성 럭셔리 캐주얼 상품군의 매출은 꾸준히 우상향 추세다. 롯데백화점의 해당 부문 매출증가율은 2017년 5.5%에서 2018년 10.7%로 신장했다. 올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2% 뛰었다.

이에 백화점업계에서는 남성 패션, 명품 매장을 강화하고 관련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8월 강남점 신관에 남성 캐주얼 편집매장 '스타일 컨템포러리 맨'을 열었다. 20~30대 젊은 직장인 남성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기를 끈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 채웠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6일 연간 구매 금액이 1억원이 넘는 남성 VIP 고객 200여 명을 모아 명품을 소개하는 '노블 옴므 파티'를 열었다. IWC와 톰브라운 등 10여개 해외 명품 브랜드가 쇼룸을 꾸렸고, '럭셔리 워치&패션 옴므 스토리 토크쇼' 등의 행사로 구성했다.

김혜라 롯데백화점 상무는 "최근 남성 명품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남성 고객에게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올해 소공동 본점에 '바버', '산드로옴므', '송지오옴므', '우영미' 등 남성 럭셔리 캐주얼 브랜드를 입점시켜 우수한 성과를 낸 바 있다. 9월 백화점업계 최초로 단독 매장을 연 우영미 매장의 경우 첫 날 1000만원의 실적을 낸 효자 매장으로 등극했다. 한정판으로 선보인 코트는 3시간 만에 매진됐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남성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고객이 주류를 이뤘던 온라인 쇼핑몰의 마트 당일배송 서비스 이용 고객 중에서도 남성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15일 G마켓 당일배송관 판매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 고객 비중이 35%에 달했다. 특히 남성 고객 중 3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1%로 주류를 이뤘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집에서 요리하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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