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내상' 심화…추가부양 관측 있지만 부채·물가 부담
길어지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 경제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욱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0% 경제성장률 달성을 마지노선으로 내건 중국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6.0%로 관련 통계가 있는 1992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았다.

시장에서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의 6.2%보다 내려간 6.1%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수치가 이보다 더 낮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 범위인 '6.0∼6.5%'의 하한선에 닿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경제 규모가 세계 2위로 커지면서 중국은 고속 성장기를 마감하고 중속 성장기에 접어들었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세계 주요 국가들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는 것을 우려한다.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인 리웨이는 블룸버그 통신에 "작년 하반기부터 산업 부진과 소비 둔화로 (성장) 동력이 약화하기 시작했는데 미중 분쟁은 심리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 외에도 최근 중국의 여러 주요 경제 지표가 대거 악화했다.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7∼9월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 중국이 디플레이션 구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부과한 대중 고율 관세의 여파로 9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전달에 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9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7.5%로 여전히 1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4월(7.2%) 기록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인프라 건설과 관련된 고정자산투자도 1∼9월 5.4% 증가하는 데 그쳐 증가율이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 정부가 연초부터 작지 않은 규모의 재정 부양책과 통화 완화 정책으로 경기 대응에 나섰지만 이런 추세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부터 경기 둔화 우려가 본격적으로 대두하자 중국 정부는 연초 2조1천500억 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규모의 감세를 핵심으로 한 재정 정책을 내놓고 경기 부양에 나섰다.

이와 함께 올해 들어서만 3차례 전면적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하면서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또 지난 8월에는 대출우대금리(LPR)에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부여하면서 금리 인하를 유도 중이다.

중국 정부의 이런 노력 속에서 9월 위안화 대출 증가액은 1조6천900억 위안(282조5천342억원)으로 역대 9월 증가액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역에서부터 외교·안보·기술·인권 등 미국의 전방위적인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는 현재 자국 경제가 큰 도전에 직면했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의 경제 수장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15일 "향후 경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긴박감과 책임감을 더욱 크게 가져야 한다"면서 관리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마지노선 의식'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중국의 경제 상황이 점차 악화하면서 중국 정부가 추가적인 부양 정책을 꺼내 들지에 관심이 쏠린다.

리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이 공식 목표의 밑바닥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추가 부양 수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회색 코뿔소(예상 가능하지만 간과되는 위험)'로 거론되는 부채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펼칠 수 있는 추가 부양책의 공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금껏 내놓은 부양책도 경기 '미세 조정'을 위한 조처라고 규정하고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할 때와 같은 대규모 부양책을 시행하지는 않는다는 뜻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침체한 생산자 물가와 달리 최근 돼지고깃값 등 식품을 중심으로 서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소비자 물가가 급등하는 점도 통화 유동성 공급 확대 결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많은 분석가는 중국이 이미 큰 부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공격적인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한다"며 "이는 부동산 가격을 가파르게 상승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